“우리는 함께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함께 있다》는 유기견을 만나게 된 노숙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갈 곳 없이 적막한 매일을 살고 있던 노숙인은 우연히 마주친 유기견에게 동질감과 측은지심을 느낍니다. 몸 곳곳에 생채기가 난 것을 보아 유기견이 지나쳐 온 삶도 꽤나 많이 고단했을 거라 생각하며, 그 순간 자신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베풂인 물 한 컵을 나눠줍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믿고 따르는 존재가 되지요.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유기견으로 인해 노숙인은 삶을 재기하려는 의지를 다잡게 됩니다. 신문 배달을 하고, 빅이슈 잡지의 판매원이 되기도 하며, 결국엔 같이 살 집을 마련하게 됩니다. 노숙인은 말합니다. “우리는 함께 있으니까 괜찮다”고, 그리고 “나에게 와줘서 고맙다”고... 앞으로 그들에게 희망찬 앞날이 다가오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홀로 된 이들에게 파카인 작가가 건네는 위로
《함께 있다》는 결코 노숙인에 한정된 이야기도, 유기견에 한정된 이야기도 아닙니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홀로 된 존재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다만 우리가 외면한 채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요. 독거노인들, 은둔형 외톨이들, 역기능 가정의 구성원들 등등... 외로움과 두려움이 짓누르고 있을 이들의 삶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주고 사랑해 줄 존재가 아닐까요? 책을 읽으며 독자들은 관심과 사랑, 지지와 믿음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이 곁에 있는 외로운 존재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그림책
파카인 작가는 아름다운 서울을 배경으로 사계절을 그려냈습니다.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에는 여의도 벚꽃길을, 비가 추적추적 오는 어느 여름날에는 청계천 다리 밑에서 비를 피하는 두 존재를 그렸습니다. 단풍이 지는 가을에는 남산육교를 오르고, 소복이 눈이 내리는 겨울에는 서계동의 돌담길에 앉아있습니다. 빅이슈 코리아 잡지 판매원이 된 이후에는 광화문역에서 빅이슈 잡지를 팔기도 합니다. 한국의 노숙 인구는 수도권에 75%가 집중되어 있다고 합니다(21년 통계청 발표 기준). 파카인 작가는 도심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노숙인을 현실감 있으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내려 했습니다.
두 장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다
이 책은 두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사진은 어느 노숙인이 어렵게 얻은 음식을 자신이 아닌 반려견에게 먹이는 사진이었는데, 이를 보고, 파카인 작가는 ‘과연 저 노숙인에게 반려견은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자신보다 소중한 존재가 아닐까? 삶을 지탱해주는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결국 그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서로를 위하는지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사진은 한강 마포대교의 "생명의 다리"에 새겨진 ‘함께 있다’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생명의 다리’는 친근하고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띄워 시민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표지의 그림 역시도 생명의 다리 위에 서 있는 두 주인공을 그린 것이지요. 《함께 있다》를 읽으며 두 주인공이 느꼈을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깊이 느껴주시기를, 이를 통해 진정한 믿음과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