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곰 - 두려움과 마주 서는 용기를 전하다
『아이스크림 곰 포포 - 촛불을 밝혀 줘!』의 주인공 ‘테이’는 사고로 엄마를 잃고 방에서만 지내는 아이입니다. 방 밖으로 나오면 모든 게 엄마와 연결되기 때문에, 엄마와 헤어진 순간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자신의 작은 방에 숨어 버린 것입니다. 그런 테이에게 마법과도 같은 존재가 찾아옵니다. 아이스크림 곰 포포! 포포는 고물상 앞마당에 놓인 냉장고에서 나오다 바닥에 떨어져 자신이 이 세계로 온 이유를 잠시 잊어버리지만, 자석에 끌리듯 테이가 살고 있는 빨간 지붕 집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테이와 반려견 둥둥이를 만납니다.
테이는 아이스크림 곰 포포를 통해 피하고만 싶었던 아픈 기억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두려운 현실과 마주한 테이는 포포에게 불같이 화를 내지만 포포는 한 줄기 햇살에도 몸이 녹아내리는 여린 존재임에도 도망치지 않습니다. 그런 포포의 모습은 테이로 하여금 피하기만 해서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두려움에 몸을 떨다가 포포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테이의 모습에서는 테이가 한순간에 두려움을 이겨 내지는 못하겠지만 조금씩 맞서는 법을 배워 갈 것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인 두려움. 『아이스크림 곰 포포-촛불을 밝혀 줘!』는 우리가 두려움과 마주할 용기를 내기만 한다면 절대 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담담하면서도 굳건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생일 촛불에 담은 간절한 소원과 따스한 사랑
쌩쌩 달려오는 차들의 기세에 정신을 잃었다가 테이의 도움으로 깨어난 포포는 자신이 테이에게 온 이유를 기억해 냅니다.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테이 엄마의 부탁 때문이었지요. 사고가 난 순간, 엄마는 녹아내리던 아이스크림 곰에게 마지막 부탁을 합니다. 엄마의 간절한 소원을 전하기 위해 포포는 긴 시간을 지나 테이에게 온 것입니다.
포포가 전하는 엄마의 마지막 부탁은 어둠뿐이었던 테이의 마음을 촛불처럼 환하게 밝혀 줍니다. 아이스크림 곰 포포가 전해 주는 가슴 먹먹한 이야기는 독자들의 마음에도 따스한 사랑의 온기를 전할 것입니다.
# 가볍지 않은 메시지와 무겁지 않은 삽화가 이루는 균형
『아이스크림 곰 포포 촛불을 밝혀 줘!』는 가족의 죽음과 그 상실감을 다룬 이야기지만, 작가 특유의 담담한 문체와 몽환적이면서도 포근한 삽화가 잘 어우러져 맑고 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화입니다. 작가는 진중한 자세로 주인공이 직면한 아픔에 다가서면서도 칙칙한 자조의 늪에 빠지지 않는 균형 감각을 보여 줍니다. 그것은 우리가 직면하는 수많은 슬픔이나 두려움이 가벼운 웃음으로 치환될 수 없는 것임을, 단 한 번의 용기로 모든 문제가 극복되지는 않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주인공 테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조금씩 용기를 내어 맞서다 보면 외로움과 절망으로 잠 못 들었던 수많은 밤들이 서서히 줄어들고 달콤한 잠에 빠져드는 날들이 찾아온다는 믿음을 가만가만 들려줍니다.
줄거리
무더운 여름밤, 고물상 앞마당 낡은 냉장고 문을 열고 나온 아이스크림 곰 ‘포포’는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찧고, 그 충격으로 자기가 냉장고에서 왜 나왔는지 까맣게 잊고 만다. 더 큰 문제는 더운 날씨에 몸이 녹기 시작했다는 것! 포포는 길 건너 불 켜진 빨간 지붕 집으로 달려가 냉장고에 숨는다. 포포는 그곳에서 방 밖으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아이 ‘테이’와 작은방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개 ‘둥둥이’를 만난다. 그런데 포포와 마주친 테이는 다짜고짜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다시 방으로 숨어 버린다. 포포는 슬퍼하는 테이의 얼굴이 잊히지 않아 둥둥이에게 테이에 대해 묻는다. 둥둥이는 대답을 피하다가, 결국 방에서 나오지 않게 된 테이의 사연을 들려준다. 테이를 방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음식을 힘들게 준비한 포포. 하지만 테이는 불같이 화를 내는데……! 과연 테이와 포포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포포는 굳게 닫힌 테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