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 놀이동산에 있는 탄이는 회전목마였어요. 탄이는 언제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멋진 목마였지만 늘 멀리 바라다보이는 초록섬의 푸른 풀밭 위를 달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초록섬에 가는 날을 꿈꾸며 매일 밤 기도했어요.
어느 날 별똥별이 떨어져서 탄이가 묶여 있던 줄이 끊어졌고, 탄이는 놀이동산 울타리를 뛰어넘었어요. 탄이는 초록섬을 찾아가기로 했어요. 또각또각, 발걸음은 서툴고 느렸지만, 마음은 설렜지요. 묶여 있었다면 절대 볼 수 없었던 멋진 산과 숲, 바다를 보았어요. 탄이는 길에서 만난 까마귀와 원숭이, 토끼, 다람쥐에게 초록섬 가는 길을 물었지요. 멀다는 말, 무겁겠다는 걱정을 뒤로하고, 같이 놀자는 유혹도 물리치고 반짝이는 보석과 멋진 안장까지 모두 나눠 주고 탄이는 오로지 초록섬을 향해 걷고 또 걸었어요.
드디어 넓디넓은 바다 건너편에 초록섬이 나타났어요. 너무 기뻐서 바다로 뛰어들려는 순간, “위험해!” 바다사자가 탄이를 말렸어요.
바다는 넓고 깊고 캄캄했어요. 탄이는 과연 차가운 바닷물 속을 헤엄쳐서 초록섬에 갈 수 있을까요?
일상 탈출
놀이동산의 회전판 위, 늘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방향으로 돌고 도는 변화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회전목마 탄이는 멀리 보이는 전광판 속 초록섬에 가고 싶었습니다.
스스로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정해진 범주 안에서만 돌고 도는 삶,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도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고 오직 찾아와 주는 누군가를 기다리기만 하는 처지는 얼마나 뻔한 삶일까요?
다 나를 걱정해서?
그래서였을까요? 탄이에게 놀이동산을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기회가 생겼다고 해서 쉽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건 아니지요. 내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가장 나를 막아서는 사람들은 언제나 가족, 친구, 지인 같은 나와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다 너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지.”, “그렇게 쉬운 일 같으면 아무나 다 하지.”, “그게 애들 장난인 줄 아냐.”, “헛된 꿈은 꾸지도 말아라.”
걱정해서, 사랑해서 해준다는 그 말들이 우리를 옭아매는 족쇄가 된 적이 얼마나 많은가요. 그리고 나의 꿈은 남들에게는 언제나 이상하고 어리석고 위험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나를 위해 조언합니다. 제 딴엔 돕는 거라지만 되려 방해하거나 달콤한 말로 마음을 흔들어 놓으며 제 잇속만 챙기기도 합니다. 때론 감사하게도 바다사자가 탄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를 진심으로 염려하고 도와주는 이를 만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떤 방해나 유혹, 걱정과 염려도 탄이의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꿈은 힘이 세다
꿈은 참 힘이 셉니다. 탄이는 그 모두를 물리치고 초록섬을 향해 바다로 들어갑니다.
이제 탄이에겐 어떤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혼자 신나게 초록섬에서 푸른 풀밭 위를 달리게 될까요, 아니면 뒤따라온 다른 목마들과 함께 달릴까요? 어쩌면 탄이에게 꿈을 심어준 전광판 속 노란 말을 만나 함께 푸른 풀밭을 달리게 되지는 않을까요?
우리는 어떤가요? 탄이처럼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나요, 아니면 남이 닦아놓은 길, 남들이 가는 그 뻔한 길을 따라가고 있나요? 또각또각 꿈을 향해 서툰 걸음이지만 한 발 한 발 내딛는 탄이의 용기를 응원하게 되는 것처럼 이번에는 서툴고 부족해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를 응원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