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을 먹으면 키가 쑥쑥 큰단다.’
콩처럼 작은 상상에 익살을 더한 유쾌한 그림책
콩이 싫은 형은 식탁 앞에 앉아 콩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그때, 뭐든 잘 먹는 동생이 떠올랐다! 그러곤 동생에게 남은 콩을 주는데…… 과연 동생의 키는 정말 커졌을까?
『쑥쑥 콩』은 콩을 먹고 쑥쑥 커버린 아이의 이야기를 재치 넘치게 그린 상상 그림책이다. 콩을 먹고 키가 커진 동생은 무거운 자동차도 번쩍 들고, 멋진 광경을 즐기며 산책도 하고, 불이 난 곳으로 가 화재도 단번에 진압한다. 특히 높은 고층 빌딩 앞에 서서 사람들 앞에 손을 흔들거나, 지나가는 비행기에 인사하는 장면은 높은 곳에 대한 선망이 가득한 아이들의 마음을 간지럽힌다.
콩을 먹어야 쑥쑥 큰다는 어른의 권유와 콩이 싫은 아이의 갈등을 기발한 환상으로 푼 『쑥쑥 콩』은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유쾌함을 선사한다. 식탁 밑에 떨어진 콩 한 알이 보여 주는 마지막 반전 결말까지, 끝까지 웃음과 긴장을 놓칠 수 없다.
작고 동그란 콩 하나가 만들어 낸 단단한 서사
놀라운 설계력과 구성력이 엿보이는 그림책 『쑥쑥 콩』
키가 커진 동생은 집을 벗어나 바깥 여정을 떠나는데, 첫 출발지는 목동 아이스링크, 야구 경기장이 있는 목동 아파트 단지이다. 다음에 도착한 양화대교에서는 꽉 막힌 도로 위 자동차들을 정리해 준다. 이후 국회의사당을 지나 여의도 현대 파크원에 들러 고층 빌딩 안에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핑크펭귄이 있는 이촌 한강공원, 개성 남계원지 칠층석탑이 소장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서 공사장 현장을 척척 정리한다. 운현궁에서 열린 결혼식에도 참석해 신랑 신부를 축하해 주고, 남산공원백범광장 옆에서 신나게 노래도 부른다.
『쑥쑥 콩』을 쓰고 그린 김혜진 작가는 첫 스케치 단계부터 서울의 다양한 장소를 책 한 권에 담을 수 있도록, 동생의 동선을 세심히 설계했다. 양화대교의 경우 선유도 공원과 망원정으로 암시했고, 여의도 파크원의 경우 빨간 기둥으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서울로의 경우 서울역 앞 풍경을 묘사하는 등 각 장소의 특징을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
그렇게 동생의 여정은 청계천을 지나 서울 시청을 끝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와 끝을 맺는다.
작가는 48페이지의 그림책 안에 커다랗고 디테일한 서울을 담아 냈다. 각 건축물이 갖는 특징과 공간적 흐름을 보여 주며 재미에 한 번, 관찰력과 구성력에 또 한 번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 상상의 세계를 그린 작품
작품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키가 커져 버린 동생의 장면들이다. 그림책 속의 동생은 화면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랗지만, 그에 비해 형과 주변 인물, 건물들은 조그맣다. 큼지막한 동생의 짖궂은 모습에 더욱 웃음이 나기도 하고, 용감한 모습에 대견함이 배로 느껴진다. 직관적인 형태와 연필 선, 번진 크레파스 느낌이 그대로 드러나는 채색은 동생과 형의 시각적 대비를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또 하나의 재미는 이 책 곳곳에 숨어 있는 외계인이다. 키가 자란 동생이 여정을 시작한 순간에 나타난 외계인은 버스 안, 건물 뒤, 에스컬레이터, 정자, 가마 안 등에 숨어 아이 곁을 맴돈다. 그러다 아이가 외계인을 발견하게 되고, 따라나서다 그만 ‘쿵!’하고 넘어지며 현실로 돌아간다. 동생의 눈에만 보였던 걸까? 독자의 눈에만 보였던 걸까?
콩을 먹고 키가 자란 동생만큼이나 낯설고 신기한 존재는 독자들의 상상력에 또 다른 색을 덧입힌다.
여러 이야기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쑥쑥 콩』을 지금 함께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