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라이 라마와 여러 과학자 그룹이 함께 진행해온 ‘마음과생명(Mind and Life) 컨퍼런스’의 대화 이후, 대화에 참여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각의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후속 연구한 결실을 집대성한 책이다. 달라이 라마와 15인의 학자들(불교학자, 철학자, 생물학자, 정신생리학자, 양자물리학자, 천체물리학자 등)이 참여해 불교철학과 현대과학의 정수를 아우르며, 서로 다른 세계관의 뿌리에 대해 깊이 있게 고찰하였다.
사실 이 양자의 관계에 대해서는, 두 분야의 교류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견해,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하다는 견해, 그리고 두 분야가 상호보완적이라는 견해가 존재한다. 양쪽의 보수적인 진영에서는 여전히 자신들이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지만, 최근에는 양자는 상호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견해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2.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의 서론 부분에서는 불교와 현대과학의 비교 연구가 갖는 몇 가지 문제점을 밝히고 있다.
1부에서는 불교와 과학의 교류 가능성과 그 관계를 역사적으로 간략히 소개한다.
2부에서는 불교와 인지과학의 접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인지과학은 과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불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분야이다. 불교에서는 마음뿐 아니라 마음과 세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3부에서는 불교와 물리학에 초점을 맞춘다. 물리학은 자연과학 전체의 패러다임이므로, 불교와 과학에서 물리적 우주를 어떻게 탐구할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들어 물리학, 특히 양자역학은 전통과학의 가정을 뒤흔드는 심오한 인식론적, 존재론적 문제를 제기하였다. 또한 주체와 객체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불교철학, 특히 중관(中觀)학파와의 대화에 적합하기 때문에 본서에 실린 여러 글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물리학자 피에트 헛의 글로 마무리되는데, 그는 학제 간 연구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의문점들을 일상생활의 맥락 속에서 해석한다.
이 책은 단순히 동서양 사상의 비교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정체성, 마음 의 본질, 그리고 우주의 근원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이 어떻게 서로를 보완하고 더 깊은 통찰을 이끌어 내는지를 탐구한다. 아울러 동양의 오랜 지혜와 서양의 첨단 과학이 만나 빚어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조명함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3.
전혀 다른 인식틀과 세계관을 가진 종교와 과학이 어떻게 대화하고 상호 보완할 수 있는가?
그것은, 불교가 종교적 요소뿐만 아니라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요소까지 갖춘 독특한 종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불교는 당연히 신심(믿음) 등 종교적 요소가 있으면서도 과학적이기까지 한 실천방법 그리고 자신과 세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또한 불교에는 교조적 신념보다 경험과 검증을 중시하는 오랜 전통도 있다. 불교의 이런 실증적이고 개방적인 특성이 과학과의 대화를 가능케 하는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불교와 과학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기획된 이 책은 서양과학자, 불교학자, 종교학자뿐 아니라 동서양간 대화 및 과학과 종교의 접점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새로운 통찰과 함께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또한 불교와 과학이 함께 인간의 정체성, 마음, 그리고 우주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러 방법들을 조명함으로써 인류가 직면한 윤리적 문제와 실천 과제들에 대해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