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으로 전통을 담고 미래를 빚어내다
『조정현의 도자 세계』는 한국 현대도예의 1세대 작가로서, 전통을 재해석하며 현대 도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던 조정현의 예술적 여정을 기록한 작품집이다. 교육자로서, 작가로서 40여 년간 흙과 함께했던 그의 작업은 단순한 창작을 넘어 전통의 계승과 변화를 통해 새로운 미학을 창조해 냈다.
물레 실험, 유약의 연구, 상감기법의 재발견, 옹기 연구를 포함한 그의 작업들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도예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옹기의 과학적, 미학적 가치를 현대적 조형으로 승화시킨 그의 혁신은 한국 도예를 한 단계 발전시킨 중요한 공헌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그의 작업뿐 아니라 도예에 담긴 철학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가득하다. 조정현은 도자를 ‘그릇을 넘어선 매개물’로 바라보며, 흙을 통해 사람과 사람,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로 삼았다. 미국과 유럽을 순회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불꽃의 혼〉, 〈전통과 변환〉 전시 등 그의 작품이 해외에서도 주목받은 기록들은 한국 도예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성과로 남아 있다.
그의 도자 세계를 다양한 주제와 시대별로 분류하여 정리한 것으로, 방대한 작품 사진과 함께 연구 내용, 그의 철학적 관점을 담고 있다. 도예가로서의 실험 정신, 전통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한국 도자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려는 사명감이 이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도예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현대도예의 흐름과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기록이자, 흙으로 빚어낸 그의 삶과 예술 철학을 이해하는 소중한 창이다. 도자예술에 관심 있는 이들뿐 아니라, 전통의 현대적 계승과 변화를 고민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