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렁꿀렁 움직이는 말
누구든지 마음을 내려놓고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동시집이 등장했다. 『지퍼와 꼬마 기관차』는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말들이 팔딱팔딱 살아 움직인다. “통, 통, 통, 통” 리듬감이 느껴지는 말장난이나(「통도 여러 가지」), “또오옥따악 또오옥따악” “똑딱똑딱 똑딱똑딱” 어감을 살려 시간의 흐름을 실감 나게 표현한 동시가 대표적이다(「시간」). 쉬운 말을 쓰면서도 언어의 소리나 느낌을 잘 살리는 것이 바로 권오삼 시인의 동시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비결이다. 의성어와 의태어, 리드미컬한 반복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누가 읽든 자연스럽게 말맛을 느낄 수 있다.
말의 모양으로 재미를 만드는 동시들도 있다. 느낌표를 찍어 비가 내리는 모양을 묘사하거나(「바람의 도미노 게임」), 글씨의 크기를 조절해 소리의 높낮이를 표현하는 동시(「발성 연습」) 등은 동시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 방법을 제시한다.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글쓰기가 재미있는 놀이가 되는 순간이다.
재미주의자의 지상낙원
권오삼 시인의 동시들은 대체로 일상적인 장소에서 시작한다. 우리 모두 매일매일 만나는 흔한 장면이지만, 시인은 재치와 상상력을 발휘해 일상적이고 익숙한 곳에 숨겨진 비밀들을 마법처럼 찾아낸다. “노란 바나나 송이들”을 “야구 글러브”로 변신시키고(「바나나 송이들」), 달력에 꼭꼭 숨겨져 있던 암호를 발견한다(「달력」). 모두 시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권오삼 시인의 특징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곤충 학교 학생들’은, 곤충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동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생존을 위해 위장을 하는 곤충들은 「변신 잘하는 학생들」로 소개하고, 곤충처럼 보이지만 곤충이 아닌 생물들을 「곤충 학교 학생이 아닌 학생들」로 빗댄다. 우스꽝스러운 상황도 잘 이용되기 때문에,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도 곤충의 생물학적 특성과 같은 과학적 지식을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이처럼 『지퍼와 꼬마 기관차』는 “동시를 읽다가 이해하지 못하게 될까 봐, 아예 안 읽으려는 어린이가 있다면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라고 시인의 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누구나 편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동시집으로 탄생했다. 동시의 순수한 재미가 응축된 권오삼 시인의 세계라면,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