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 교육 현장을 지켜온 교육사상가 권재원
학교와 교육의 의미를 성찰하다
2014년 처음 출간된 『학교라는 괴물』은 거대한 토네이도였다. 한 권의 책이 지적·실천적 촉발제가 되어 실천교육교사모임이라는, 교육의 주체는 다름 아닌 교사임을 상기하는 교육 단체를 출범하게 한 견인차 역할을 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교육사상가로 불리며 우리 교육의 여러 쟁점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 온 저자 권재원의 촌철살인의 비판과 혜안, 그리고 동료 교사들을 향한 뜨거운 연대와 열정 덕분이다.
『학교라는 괴물』 출간 이후 10년이 지났다. 2024년 지금, 우리 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어떤 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변함이 없으며, 어떤 부분은 오히려 더욱 악화되었다. 『다시, 학교라는 괴물』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초판의 글을 다듬고, 최근의 교육 현장 변화에 관한 새로운 글 16편을 추가로 수록했다.
추가한 글은 대부분 책의 3부에 담겨 있다. 2008~2014년까지의 교육 쟁점을 담은 1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와 2부 「학교라는 이름의 괴물」은 초판의 글을 온전히 살리되, 곳곳에 현재 시점에서 내리는 평가와 설명을 덧붙였다. 3부 「모두가 불확실한 시대의 교육」에는 2014년 이후 2024년까지의 주요 교육 이슈에 대한 저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매우 다채롭다. 저자는 학교의 안팎을 두루 넘나들며, 학교를 흔드는 정치와 정책을 비판하는가 하면, 학교 깊숙이 들어가 교사의 내면에 난 상처를 위로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교육 연구에 몰두할 수 없는 교무실의 구조를 파헤친다. 교육에 관한 한 거의 모든 쟁점을 다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 사건, 입시 위주 교육, 교원 승진 제도, 문해력 논쟁, 의무교육에 대한 오해, 서이초 사건, 디지털 교과서 도입까지 거침없는 이야기가 종횡무진 쏟아진다. 그 주제 목록만으로도 교육 현장의 흐름을 되짚어 보며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교사에게 좋은 가이드가 된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동료 교사들을 향한 저자 권재원의 뜨거운 연대 의식이다. 민감하고 복잡한 이슈를 과감히 다루며 때로는 답답한 현실에 깊은 분노를 토해 내지만, 동료 교사들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만큼은 따스하며 한결같다. 저자는 교사를 둘러싼 학교와 제도 안에서, 학생과 학부모 등 다양한 교육 주체와의 관계 속에서 교사라면 매일같이 겪는 갈등과 문제를 직시하며 두려움에 맞서라고 응원한다. 그 마음은 ‘다시, 학교라는 괴물’이라는 책 제목에 나타나 있다. 학교를 괴물에 비유한 것은, 학교가 두려우니 도망치라는 의미가 아니다. 괴물은 우리 마음속 두려움이 만든 것이고, 두려움은 알지 못함과 이해하지 못함에서 비롯되니, 직면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
가르치는 일의 기쁨과 고통 사이
쓰러지지 않는 교사들에게 전하는 뜨거운 이야기
교육이라는 영토는 사회와 정책이라는 외부의 파고에서 예외일 수 없다.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 많은 사람이 교사의 자존과 학교 상황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어떻게 교사와 학생을, 그리고 우리 학교 현장을 지켜야 할까? 저자는 서이초 이후 변화와 발전을 기대했던 많은 교사가 다시금 좌절했고, 오늘의 학교에는 냉소와 우울이 매우 깊다고 진단한다.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럴수록 교사는 ‘홀로’ 공부하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교육 공동체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본질을 기억하고, 함께 사유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교육의 본질을 다시 짚는다. 교육은 인간 존재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교사가 능동적 인간, 창의적 인간을 길러낼 수 있다는 것을 환기한다. 떠난 자들과 남은 자들의 목소리를 복기하며, 여전히 교육 현장에 두 발로 꿋꿋이 서 있는 교사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은퇴를 앞두고, 30여 년간 지켜 왔던 교육 현장을 떠날 채비를 하며 보내는 응원이기에 더욱 뜻깊다.
현장의 교사들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는 책이지만, 우리 교육의 쟁점들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학부모, 교육이 무엇인지, 사회에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알고자 하는 시민들에게도 주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