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적 재미와 아름답고 시린 제주 이야기가 결합된 앤솔러지
《고딕×호러×제주》는 2023년 한국추리문학상 제17회 황금펜상을 받은 박소해 작가의 기획에서 시작했다. 2016년에 제주로 이주한 그는 제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전통과 문화, 아름답고 신비한 풍경이 품은 상처를 발견했고, 이를 소재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에 제주를 사랑하고 독창적인 상상력을 가진 작가들이 모여 마침내 한 권의 앤솔러지를 완성했다.
《고딕×호러×제주》의 장점은 ‘장르 소설이 사회와 역사를 다룰 수 있을까?’를 고민한 앤솔러지답게 호러 소설만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이재수의 난, 일본군 점령, 결7호 작전, 4·3 사건 등의 아픈 역사와 설문대 할망, 그슨새, 애기업개 같은 제주 설화를 담아냈다는 점이다. 덕분에 우리는 작품을 재미있게 읽으며 제주의 슬픈 역사에 공감할 수 있다. 더하여 흰 손이 공격하는 동굴에 갇힌 제주 출신 방송 작가, 티격태격 탐정·조수 콤비의 위험한 의뢰, 공사 인부 수십 명이 실종된 숲(곶) 등 개성 넘치는 이야기들은 독자에게 씁쓸함, 두려움, 통쾌함, 안도감 등 풍부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다. 《고딕×호러×제주》와 함께라면 우리 안의 ‘제주’는 더 선명해질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호러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는 물론, ‘제주’ 하면 피상적 이미지만 떠오르거나 제주 여행을 앞둔 독자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한 권이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 뒤에는 어떠한 아픔이 있다.”
-밥 딜런
#로컬은 재미있다
빚은책들은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는 지역을 배경으로 하거나 그 지역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를 ‘로컬은 재미있다’ 시리즈로 출간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를 배경으로 첫사랑 이야기를 다룬 은상 작가의 《블라섬 셰어하우스》, 천안의 소년 탐정단이 겪은 일을 담은 홍정기 작가의 《초소년》, 제주도의 설화와 역사를 배경으로 한 박소해 외 여섯 작가의 《고딕×호러×제주》 등은 친숙한 장소에 즐거운 낯섦을 주는 작품들이다.
작품을 재미있게 읽고 이야기 속 장소를 찾아갔을 때 ‘여기가 혹시?’ 하며 떠올릴 수 있다면, 인생샷과 맛집 탐방 외에도 해당 지역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재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