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어린이가 직접 말하는 요즘 어린이의 삶
진지한 인문학적 성찰과 유머로스한 그림의 조화
어린이를 미숙한 존재로 보는 ‘O린이’라는 표현, 어린이는 출입을 제한하는 ‘노 키즈 존’, 사용이 복잡하게 느껴지는 키오스크, 일상으로 자리잡은 가족 해외여행…. 새로운 용어와 문화, 기술의 발전 속에서 어린이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까.
《어린이가 말한다: 요즘 어린이로 산다는 것》은 김나무 작가가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 인문학 공부와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는 ‘걷는생각’에서 초등학교 5~6학년 때 쓴 글을 묶었다. 진지한 인문학적 글쓰기에 경자 작가의 유머러스한 그림이 더해져 ‘단짠단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어린이는 후련하고 어른은 뜨끔한,
신개념 ‘어린이 교양서’
어른이 더 많이 읽어야 하는 어린이책
어린이책은 어린이가 보는 책이지만 장르의 특성상 어른 저자가 집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어린이에게 ‘알려 주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반면 《어린이가 말한다: 요즘 어린이로 산다는 것》은 어린이 당사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O린이”, “학생이니까 공부나 해!”, “어린이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같은 말을 들을 때 어린이는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지, 조목조목 짚은 글을 읽으면 어린이는 속이 후련하고, 어른은 뜨끔해진다. 어린이 인권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사건 피해자, 아이돌, 장애인, 동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꼬집는 글들은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에 대해 김유진 아동문학 평론가는 “어린이에게 ‘다양성’을 가르치려 들지만 말고 어린이의 목소리에서 끊임없이, 겸허하게 ‘다양성’을 배워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어린 시절에 겪은 차별과 편견을 잊고 사는 어른들이 더 많이 읽고, 배워야 할 책인 셈이다.
글쓰기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원동력
출간 전 함께 만난 자리에서 김나무 작가는 “나도 이 책에서 지적한 나쁜 표현들을 쓸 때가 있기 때문에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되나?’ 고민이 되었다.”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걷는생각’에서 김나무 작가의 글쓰기에 동행해 온 지혜 작가는 인문학적 글쓰기의 이유에 대해 “우리가 결점이 없는 사람들이라서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글쓰기에는 우리가 옳다고 믿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힘이 있다는 것.
중학생이 된 지금, 초등학교 때 쓴 글을 돌아보는 기분에 대해 김나무 작가는 “지금은 저렇게 못 쓸 것 같다.”며 요즘은 국어 시간이나 수행 평가 때 글을 쓰는 게 전부라고 했다. 함께 책을 읽고 글쓰는 시간과 공간이 주어질 때, 한 번 쓴 글을 그냥 넘기지 않고 고민을 거듭하며 고쳐쓸 때, 손에 쥘 수 있는 결과물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요즘 어린이들에게 자기 삶을 돌아보는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어린이가 말한다: 요즘 어린이로 산다는 것》 목차를 ‘글쓰기 주제’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