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만드는 시간에 대한 찬가!
야호! 우리들의 시간이다!
손에 잡힐 것 같은 햇빛이 땅으로 내려오면, 어린이들의 시간이 우렁차게 시작됩니다.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외치는 목소리엔 놀러 나가는 설렘과 즐거움, 그리고 때에 맞춰 오겠다는책임감과 당당함이 한데 뭉쳐져 쩌렁쩌렁 울려 퍼집니다. 학교와 학원, 공부와 숙제 사이에 잠깐 비는 틈새 시간. 아이들은 무얼 하며 놀지 오늘 아침부터 생각했을지도 모르지요.
‘놀이터 시간’에서는 불가능이 없습니다. 무엇이든 가능하고,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태양에서 가져온 붉고 기다란 막대기와 이글이글한 동그라미를 이용해 시소를 타기도 하고, 순식간에 행글라이더로 변신해 바람을 가르기도 합니다. 한계가 없는 듯한 자유로운 시간에 어린이들은 감추어 둔 창조력을 발산하지요. 이것저것 배울 것도, 해야 할 것이 많아 바쁜 아이들이 걱정은 잠시 뒤로 하고 가장 어린이다워지는 순간입니다.
걱정하는 어른들을 다독이는 장난꾸러기들
이 책의 큰 특징 중에 하나는 부모의 당부와 아이의 명랑한 대답이 대구를 이루며 재치있게 이야기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아이들은 청자를 뚜렷하게 염두에 두며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의 일을 쫑알쫑알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귀여운 목소리지요. 그에 대응되는 초록색깔 엄마의 말은 어린이에 대한 염려와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엄마가 멀리 가지 말라고 하자 아이는 바람을 타고 비행하고, 비오면 집에 오라는 말에는 빗물을 바다로 만들어 버리면서 대범한 장난꾸러기 모습을 보입니다. 어른의 말에 반대로만 하는 청개구리 어린이처럼 보이나요?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어른과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아이들만의 방식대로 잘 지내고, 잘 자라고 있으니 어른들도 너무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켜 주는 다독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은 엄마의 사랑이 담긴 당부의 목소리는 어린이에게 안정적인 울타리를 만들어 줍니다. 그렇기에 목소리의 안과 밖을 오가며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지요. 나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알고 있기에, 어린이는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연필과 붉은 색으로 보여주는 실감나는 시간
손으로 그림을 만지면 손에 연필이 묻어 나올 것만 같고, 빗물은 출렁이며 책 밖으로 새어 나오고, 그네를 타는 장면에서는 바람이 일어 머리카락을 스치는 듯 합니다.
최혜진 작가는 흑연을 사용한 개성있는 표현 기법으로 명랑하게 뛰어 노는 아이들을 그렸습니다.
어린이가 자주 사용하는 연필에 들어가는 흑연을 주재료로 하여 아이들을 친숙하게 표현하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무늬를 내어 조형적인 새로움을 주었습니다. 책 속 아이들의 특성을 생각하면, ‘문자’에 아주 잘 어울리는 재료 선택입니다. 또한 붉은 색을 지닌 커다란 도형들은 변화무쌍한 놀이 기구가 되면서 아이들의 열기와 생기를 더욱 잘 드러내지요.
놀이터 시간에서 갖는 자유와 해방감을 재료와 색을 활용해 웃음 소리 가득하게 담아냈습니다.
어린이가 가진 무한한 창조력과 함께, 언제든 잘 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고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도 담은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