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요약

〈화엄경〉은 전 39품으로 구성된 방대한 대승불교 경전이다. 그 중 〈제39 입법계품〉은 화엄경 분량의 2/5 정도를 차지하는데, 여기에는 선재동자라는 구도 청년이 등장하여 구도의 여행에서 얻은 많은 경험이 실려있다. 마지막 여정에서 보현보살은 구도 청년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산다는 게 무엇인지, 이타적 삶이란 무엇인지, 등등 대승불교의 보살 정신을 일러준다. 이렇게 마지막 여정에서 들은 이야기가 바로 〈보현행원품〉이다. 이 책에 대한 당나라의 화엄대가 청량 국사가 섬세하고 학식 깊은 주석을 붙이니 〈보현행원품소〉이다. 청량의 〈보현행원품소〉는 그 후 동양 삼국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급기야 조선 시대에는 승려 교육의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서평

이 책을 번역한 신규탁 교수의 젊었을 때의 글은 송곳으로 후벼 파고 칼로 도려내듯 했다. 그 날선 흔적이 이 책 뒤에 부록으로 붙어 있는 해제 및 관련 논문에서 느껴진다. 역자의 필력은 일식점에서 그날의 ‘오마카세’를 요리하는 주방장의 칼날처럼 〈화엄경〉 전체를 꿰뚫고 나간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뼈를 발라내듯 〈보현행원품〉과 〈청량소〉의 위상과 의미를 밝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