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이여!
봄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습니다.
무더위에 시끌벅적한 여름 바다를 가까이서 보고 싶었습니다.
가을에 잘 영글어 입을 벌린 밤송이도 아주 가까이서 보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걷지 않은 눈 쌓인 시골 길, 겨울도 걸어 보고 싶었습니다.
유학시절 밤늦게 학교를 빠져 나오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타악기 소리처럼
굉음을 울리며 닫히던 장엄한 철문소리, 그리고 마주한 아름다운 밤하늘을
꼭 보고 싶었습니다.
하나님이여!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봄, 여름, 가을과 겨울이 찬양이 되었습니다.
꼭 가보고 싶었던 유학시절, 삶의 애환이 담긴 그 곳이 찬양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이여!
집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움직임을 어린 아이처럼 따라다니며 시간에 따라
움직이고 변하는 빛과 색이 저와 즐겁게 놀아주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해질녘 창문 밖 저 너머로 바라다 본 한강의 저녁노을이
너무 아름다워 자주 울었습니다.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의 인생이 찬양이 되었습니다.
(2024년 9월의 어느 날)
지나 온 모든 시간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을 소리
높여 부르며 유학을 떠나는 나의 머리에 두 손을 올려 축복하신 나의 아버지, 물질적
인 지원을 해주지 못하는 아버지가 해 줄 수 있었던 건 축복 기도 밖에 없었을 것이
다. 그 두 손에 담긴 간절함, 아브라함이 이삭에게 이삭이 야곱에게 축복하였듯 야곱
다음 아버지의 이름 그리고 나 여경미로 이어지는 축복 기도, 그 기도가 얼마나 큰 사
랑을 담은 축복인지 이제야 깨닫는다.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지나오며 만난 모든 이들이 나의 스승이었고 은인들이었다. 그들이 나를 성장시켰
고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게 했다. 나를 환영해 주고 반겨주고 온화한 미소로 맞
아준 많은 사람들, 나를 참아주고 견뎌주고 품어준 모든 이들, 단절의 공간에서 가끔
나를 꺼내준 고마운 사람들, 호흡이 안 되던 때 사색이 된 나를 오래도록 모른 척 기
다려준 학생들, 이런저런 마음, 기도의 후원을 아끼지 않은 소중한 믿음의 친구들과
믿음의 공동체, 무엇보다도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건져주시고 눈을 들어 산을 보
게 하신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과 돌보심에 감사드린다. 재능을 주신 이를 존중하라!
내게 말씀하신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함으로, 세련된 찬양과 훌륭한 작곡가들이 많은
이때 내 모습 그대로 이 책을 슬그머니 내 놓는다. 내가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작은
동전 한 닢이자 나의 연보이기 때문이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