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 소개
놀이 하나, 「오늘의 놀이, 시작!」
놀이터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미끄럼틀 본부에 세워 놓은
깃발을 빼앗고 지키려고 마주 선 것이다.
팽팽한 긴장감에 서로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놀이 둘, 「학교에 안 갔어」
“엄마, 요즘 학교에서 유행하는 놀이가 뭔 줄 알아?
‘학교에 안 갔어’ 놀이.
영진이가 일주일 전에 학교에 안 왔어.
그날이 바로 문제의 날이야.”
놀이 셋, 「당고 할배와 시오 군」
“난 당고 할배라네. 이 집 주방 일을 좀 도우려 하네.”
당고 할배 입에서 하얀 입김이 쏟아졌다.
한여름의 후덥지근한 날씨에 입김이라니?
시오는 침이 꿀꺽 넘어갔다.
놀이 넷, 「술래를 찾아라」
오늘따라 복도가 조용했다.
1100은 교실 문을 열고 왼발 오른발 번갈아 내딛다가
우뚝! 왼발을 든 채 그대로 멈춰 버렸다.
누군가 바닥에 빨간 매직으로 X를 그어 놓았다.
놀이 다섯, 「재우는 재우」
“알았어. 너도 재워 줄게.”
재우는 책장에 꽂힌 책들을 모두 꺼내 바닥에 눕혔다.
방바닥은 책들과 학용품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재우의 방 안은 코 고는 소리로 가득했다.
놀이 여섯, 「동영배 씨, 고개를 넘다」
“동영배 씨, 잘 듣고 정답을 맞혀야 해.”
“동영배 씨가 뭐야? 할아비한테.”
“내 맘이거든. 자, 힌트 갑니다!
이건 늘 길을 막고 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