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길,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자의 이야기 ]
〈 걷다 보면 알게 될 지도〉는 저자가 2024년 5월, 프랑스 생장에서 출발해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의 나바라, 리오하, 카스티야 이 레온, 갈리시아를 거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그리고 ‘땅끝’ 피스테라까지 920km를 한 달 동안 걸은 기록이다. 때로는 길 위의 사람들과 어울려 순례자의 식탁에 앉기도 하고, 때로는 고독을 자처하며 철저하게 혼자이기도 했다.
저자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인생길의 축소판이다. 어둑한 새벽이면 어김없이 어스름을 따라 길을 나서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뚜벅뚜벅 걷다 보면 멀리서 마을이 보인다. 샤워와 빨래를 한 뒤 짐을 정리하고, 간단한 식사 후 하루를 기록하고 나면 어느새 해가 넘어간다. 처음이 모여 하루가 되고 일주일이 지나 한 달이 될 때쯤 작가는 비로소 산티아고를 거쳐 피스테라에 도착한다.
수많은 인연이 스쳐 가고, 크고 작은 즐거움과 고통이 반복된다. 더 갈지, 아니면 여기에서 멈출지는 오롯이 혼자의 선택이고 책임이며 그것이 전부다. 이 모든 것이 인생이 아니고 무엇일까.
땅끝에서 대서양을 마주하며 저자는 한 발 두 발 내디뎌 온 하루하루가 꽃길이고 꿈길이었으며 때로는 위안과 희망의 길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찬란한 내일을 준비하느라 오늘을 허비하지 말고 바로 지금을 찬란하게 채워 가는 마음가짐이 천년의 믿음으로 이어온 산티아고에서 저자가 가져온 선물일지도 모른다.
[ 스케치와 사진으로 담은 산티아고의 순간들 ]
〈걷다 보면 알게 될 지도〉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저자가 찍은 사진 250여 컷과 직접 그린 스케치 30여 점이 들어 있다. 안개가 자욱했던 피레네산맥, 바람과 별이 교차하던 나바라, 푸르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지던 리오하, 대평원과 가우디의 추억에 젖은 역사 문화 도시 레온, 유칼립투스 군락지가 펼쳐진 갈리시아 등 순례길의 다채로운 장면이 사진과 스케치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특히, 저자는 매일 해당 지역의 성당, 탑, 헛간 등 오래된 건축물을 스케치에 담았는데, 아마추어의 솜씨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개성이 넘쳐난다. 아울러, 맨 뒤에 수록된 ‘떠날 이들을 위한 팁 10가지’에서는 예비 순례자들을 위한 저자의 따뜻한 배려심이 느껴진다. 자, 이제 떠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