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준 선물
샛별 마을 양파는 별이 잘 보이는 시골, 대문에 장미꽃 넝쿨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집과 집 사이도 멀고 학교와 학교 사이도 먼 마을, 양파는 아주 작은 학교에 다닌다. 양파의 반에는 여섯 명의 어린이가 있고, 그중 같은 학년은 바람이뿐이다. 바람이는 양파의 짝꿍이지만, 얼마 전 전학해 온 탓인지 친하게 지내지 못한다. 바람이는 말이 없고, 창문만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고 양파도 먼저 손을 내밀 용기가 없다.
강아지와 산책을 하던 어느 날, 양파는 학교에서와 즐거운 모습의 바람이와 마주쳤다. 반가운 마음에 바람이 이름을 불러보지만, 깜짝 놀란 바람이는 손에 들고 있던 유리병을 떨어뜨리고 도망친다.
양파는 바람이에게 유리병을 돌려주려 하지만, 말을 거는 것이 쉽지 않다. 부모를 따라 전학을 떠나오기 전날 양파는 용기를 내 바람이에게 유리병을 돌려주기로 결심한다. 이사 가는 아침, 유리병을 주워 준 보답인지 바람이가 찾아와 양파에게 그림이 그려진 유리병들을 선물한다. 바람이가 준 유리병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양파는 새로운 마을에 도착하고, 새로운 학교에 다녀와서야 유리병의 비밀을 알게 된다.
우리 다시 만나
어린이의 시간은 어른의 시간보다 역동적으로 흘러간다. 나이가 되면 유아교육기관에 들어가게 되고, 해가 바뀌면 학교에 들어간다. 새로운 학년이 되면 친구들도 담임 선생님도 바뀐다. 그뿐만 아니라, 어른들 사정으로 마을을 떠나고 학교를 옮겨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 책의 주인공 양파도 전원을 떠나 네모난 건물로 가득 찬 도시, 밤이 되면 불빛이 너무 밝아 별을 볼 수 없는 곳으로 이사를 간다. 작은 학교에 다니던 양파에게 전학 온 학교의 교실에는 너무 많은 아이들이 있다. 양파는 주눅이 들어 친구들에게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문 밖만 바라보던 바람이가 된 것 같았다. 슬픈 마음에 집에 돌아 왔을 때, 위로가 된 것은 바람이가 준 유리병, 유리병 속에 담긴 바람, 바람 속에 담긴 아름다운 기억이다.
바람에 입힌 다채로운 색상
공간의 기억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현대미술가 고진이 작가는 양파를 위해 바람에 빛깔을 입힌다. 무색무취의 바람에 기억을 곁들이면 아름다운 색상이 펼쳐진다. 다채로운 색상의 화사한 표현들을 보고 있으면 눈이 즐겁다.
샛별 마을의 따뜻한 아침을 닮은 주황 바람, 강아지와 뒹굴며 놀던 들판을 닮은 바람은 연두 바람, 떠나온 집 대문을 감싸던 장미향이 담긴 뭉게 바람은 분홍 바람, 아버지가 좋아하는 노을 바람… 따뜻하면서 활달한 일러스트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독자의 탄성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