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너를 향해 난다”
아기 새를 위한 아빠 새의 목숨을 건 날갯짓!
바닷가 작은 섬, 멀리서 보면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가 보면 새들로 새까만 섬. 그 작은 섬에 둥지를 튼 쇠제비갈매기 가족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아빠 새는 오늘도 아기 새에게 줄 먹이를 찾으러 둥지를 떠난다. 아기 새에게 아빠 새는 초능력을 가진 절대적으로 믿음직한 존재다. 아기 새가 엄마 새에게 작은 물고기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며 아빠가 왕물고기를 잡아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마치 아기 새의 바람이 들리기라도 한 듯이 아빠 새는 파도 속으로 힘차게 돌진하며 물고기를 잡아 올린다. 하지만, 먹이를 노리는 새들은 아빠 새만이 아니다. 아빠 새보다 몸집이 더 커다란 가마우지들이 떼로 모여 앉아 아빠 새가 물고기를 낚기만을 기다린다.
아기 새는 내일은 아빠를 따라 왕물고기 잡는 걸 도와줄 거라고 말한다. 그 순간, 가까스로 시커먼 가마우지 떼를 따돌리며 창공으로 날아오른 아빠 새에게 더욱 매서운 송골매가 따라붙는다. 쫓고 쫓기는 치열한 비행 중에 아빠 새는 입에 물고 있던 물고기를 떨어뜨린다. 목숨을 위협받는 그 순간에도 아빠 새는 송골매를 피하긴커녕 급강하하여 물고기를 잡는다. 이를 알 길 없는 아기 새는 아빠가 보고 싶다며 왜 빨리 오지 않느냐며 천진난만하게 묻는다.
과연 아빠 새는 아기 새의 기대만큼 큰 물고기를 입에 물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붉은 핏방울이 책 장 사이로 흩뿌려지는 순간 책을 읽는 독자는 숨을 죽이고 만다.
▌아기 새의 천진함과 아빠 새의 고군분투,
작가의 오랜 생태적 관찰과 고민 끝에 빚어낸 생명에 대한 고귀한 여운!
《날아라 아빠 새》의 이야기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아빠가 무엇을 잡아 올까, 얼마만큼 왔을까, 왜 빨리 오지 않을까 궁금해하며 기다리는 아기 새의 천진한 독백 부분과 아빠를 기다리는 아기 새를 위해 여러 포식자를 따돌리며 물고기를 사수하는 아빠 새의 치열하고 긴박한 비행의 모습이다.
그림 없이, 완전히 아기 새의 독백만으로 채워지는 빈 공간은 배고픔에 칭얼거리면서도 아빠 새가 보고 싶은 아기 새의 간절한 기다림의 시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로 돌진했다가, 낮게 날다가, 급선회하고 급하강하는, 다채로운 장면들을 통해 아슬아슬한 아빠의 비행 또한 아기 새를 향한 지극한 사랑의 힘이 전해진다.
책의 배경이 된 곳은 독도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독도에 서식하는 쇠제비갈매기, 가마우지, 송골매, 괭이갈매기의 생태를 관찰하고 공부하며 먹고 먹히는 적자생존의 법칙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생명의 놀라운 힘이야말로 우리의 하루, 아니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는 걸 극적 대비를 통해 감동적으로 보여 준다.
▌생과 사, 자연의 한 토막 안에서 펼치는 가족이라는 대서사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책을 보며 누군가는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에 가슴을 쥐고, 누군가는 영화 속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처럼 아빠가 꼭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가진다.
아이들은 아기 새에 자신을 투영하여 자신의 아빠를 생각할 것이다. 나의 아빠도 이런 힘든 과정을 통해 가족을 보살피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면서. 부모는 아빠 새에 자신을 투영하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 아기 새를 보살피기를 바랄 것이다. 내 아이를 먹이고 입힐 것들을 두 손 가득 들고서.
마지막 페이지 그림처럼 멀리서 바라보는 자연은 지극히 평화스럽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모든 생명체들에게 치열한 생의 매 순간들이 연속되어 있을 뿐이다. 어쩌면 세상은 한순간도 평화스러운 적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모든 순간들을 평화롭게 만드는 것은 가족 간의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아기 새 가족을 응원하며 세상의 모든 가정에 평화가 깃들기를, 그리하여 모든 아버지가 가족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기를 바라본다.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혹독하고 위태로운 순간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안간힘을 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아빠 새의 힘찬 날갯짓처럼, 아기 새의 천진한 바람처럼 서로를 그리워하는 힘으로 살아가기를 작가는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