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기 자신만 생각하며 살았고, 자신의 범주에 서로를 포함시켰다.”
‘인생’이란 ‘시절 인연’에 관한 아련한 주제가.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신작 출간!
장편소설 《탱크》로 제28회 한겨레문학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하고, “이 땅의 수많은 장편소설 공모전 수상작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기호 소설가), “신인 작가의 첫 장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흡인력 있게 진격하는 소설”(김금희 소설가)이라는 평을 들으며 문단과 독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김희재 작가의 신작 소설 《화성과 창의의 시도》가 위즈덤하우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된다.
‘나’와 ‘탄’ 그리고 ‘마리아’는 “기다려라, 기다려달라”라는 말을 들으면 “기다리는 날은 절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절로 알아차리는, 시설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며 특별한 삶의 질감을 공유한 사이다. 그들은 성인이 되어 시설을 떠난 뒤에도 매년 8월 12일에 만나 올해의 ‘8과 12의 발견’을 읊으며 연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안부를 묻지 못하는 날이 부쩍 늘고, ‘마리아’의 미식이 무색하게 모임 장소는 매번 빤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같이 살 때만큼 부대끼진 못해도 한 덩어리로 부풀 줄만 알았던 미래의 계획 역시 소원해진다. 그 과정에서 ‘나’는 누구보다 가까웠던 ‘탄’에 관해 ‘마리아’보다 아는 게 없다는 사실에 서러워 어쩔 줄 모르고, 서로를 끔찍이 여긴다고 생각했던 우리가 실은 “자기 자신만 생각하며 살았고, 자신의 범주에 서로를 포함시켰”을 뿐이었음을 직감하며 괴로워한다.
그해, 지독하게 쓸쓸하던 8월 12일. ‘나’는 ‘마리아’가 고른 한식당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고, ‘마리아’는 느닷없이 도쿄에서 열리는 조성진의 스크랴빈 에튀드 OP. 8의 12번 연주회에 가자며 ‘나’를 부추긴다. ‘나’에게 스크랴빈을 알려준 건 ‘탄’이었다. 그러나 그 연주회에 ‘탄’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던 ‘탄’은 누구였을까? 내가 모르는 ‘탄’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인생 자체가 ‘시절 인연’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사이클임을 절감”한다던 작가의 말처럼, 《화성과 창의의 시도》는 의식하지 않으면 희미해지는 시간들과 노력하지 않으면 잃게 되는 사람들, 붙잡지 않으면 떠나버리는 사랑들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조율한다. 이때, 소설 속 세 사람을 잇는 ‘8과 12’의 지표를 〈Skryabin-Etude〉 Op. 8 No. 12, 스톤 로지스의 〈I am the Resurrection〉가 8분 12초라거나, 자진모리장단은 8분의 12박자이고, 메탈리카의 〈메탈리카〉가 8월 12일에 발매된 사실 등과 연결 짓는 작가의 집요함, 사운드 엔지니어로서의 음악적 조예를 만나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그렇게 세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삶의 “흘려보낸 것과 스스로 퇴장한 것들”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없이 저물어버린 그 시절에 ‘탄’이 좋아했다던〈사계〉, 아니 〈화성과 창의의 시도〉의 한 곡이 선선한 위로가 될 거라는 믿음과 함께.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1 50편에 이어 시즌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황정은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 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 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
김효인 《새로고침》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
최의택 《논터널링》
김유담 《스페이스 M》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
최진영 《오로라》
이혁진 《가장 완벽한 주행》
강화길 《영희와 제임스》
이문영 《루카스》
현찬양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차현지 《다다른 날들》
김성중 《두더지 인간》
김서해 《라비우와 링과》
임선우 《0000》
듀 나 《바리》
한유리 《불멸의 인절미》
한정현 《사랑과 연합 0장》
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천희란 《작가의 말》
정보라 《창문》
이주란 《그때는》
김보영 《헤픈 것이다》
이주혜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정대건 《부오니시모, 나폴리》
김희재 《화성과 창의의 시도》
단 요 《담장 너머 버베나》
문보영 《어떤 새의 이름을 아는 슬픈 너》
박서련 《몸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