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는 없는
‘찐 로컬 맛집’ 집대성
“여기가 일본이야, 한국이야?” 일본 여행을 가서 한 번쯤은 이런 우스개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우스개를 가볍게 웃어넘기기는 쉽지 않은데, 그 기저에는 일본에서만 쌓을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을 향한 기대와 이를 충족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은근한 실망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존재 가치는 분명하다.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로컬 주민들만의 숨겨진 ‘찐맛집’ 매장을 망라했기 때문이다.
도쿄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다종다양한 콘셉트의 카페가 즐비하다. 오래전부터 카페 문화가 융성한 만큼 무수한 카페가 성업 중이고, 하여 이를 선별하는 깐깐한 안목이 중요하다. 해외여행객만큼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저자만큼 도쿄 카페 큐레이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진짜 만족스러운 공간은 ‘입소문’과 ‘인맥’으로 공유되는 법. 저자는 오래도록 친분을 쌓아온 일본 바리스타가 새로 연 카페를 찾아가기도 하고, 현지에서 만난 바리스타에게 추천을 받아 즉흥적인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심지어는 구글 지도에 등록되지도 않은 카페를 소개하기도 하니, 카페 여행자로서 저자의 식견을 의심할 길은 없을 것이다. 요컨대, ‘서울시 도쿄구’가 아닌, 진짜 도쿄를 경험하고 싶었던 이들에게 믿음직한 네비게이터가 되어줄 책이다.
MBTI ‘T’와 ‘F’ 모두 만족할 에세이와
무채색 일상 속 빛깔을 포착하는 사진가의 시선
애정의 대상을 공유할 때는 어쩌면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라 ‘좋아하는 이유’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그래야 더 많은 이를 설득하고 내 마음의 반경에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왜 그 카페가 좋은지, 왜 그 커피가 특별한지, 왜 그 바리스타를 만난 것이 벅찬 순간인지 설명하면서도 평정심을 굳건히 유지한다. 무언가를 무척 좋아하면 주관적인 심상을 허겁지겁 늘어놓기 십상인데, 그의 서술에선 감정의 과잉을 찾아볼 수 없다. 덕분에 나의 취향을 적확하게 대입할 수 있는 여행 안내서가 되었다.
그렇다고 단편적인 정보의 나열로 글을 직조했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해다. 커피를 향한 저자의 뜨거운 열정과 진정성은 도쿄 커피인들이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게 했다. 저자가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 카페를 기억해 두었다가 혹시 만날 수 있을까 하여 매장을 닫은 뒤 찾아왔다는 한 바리스타의 일화는 또 얼마나 뭉클한가. 저자는 커피인들과의 귀중한 교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해 두었다가 사람 냄새와 온기 묻어나는 에세이로 빚어냈다. ‘챗GPT’도 답해주지 못할 카페와 바리스타들의 오프 더 레코드, 그리고 언어를 초월한 따듯한 친교는 책을 특별하게 하는 또 다른 뿌리다.
활자 하나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지친 상태라고 해도, 혹은 훌쩍 여행을 떠날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 목가적이면서 휘황한 도쿄의 양가적인 풍경을 담아낸 저자의 사진은 내 방에서 떠나는 도쿄 여행을 가능케 한다. 흔히 알려진 도쿄의 풍경은 가장 아름다울 때를 포착하고, 여기에 비밀스러운 도쿄의 이면을 곁들였다. ‘사진가의 시선’은 동일한 대상도 더욱 특별하게 응시하게 한다. 머리를 비우고 가만히 사진을 넘겨 보는 것만으로, 언젠가의 도쿄 여행에서, 더불어 무료한 일상에서 더욱 반짝이는 기억을 담아낼 시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커피를 매개로 소통하는 스페셜티 커피 문화는 국가의 경계가 없다”고 말한다. 그의 표현법을 잠시 빌리자면 ‘마음은 국가의 경계가 없다’. 그 마음은 커피를 좋아하는 마음일 수도, 한 나라의 고유한 커피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일 수도, 단순히 여행을 즐기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이 문장을 고이 품에 안고 도쿄로 향한다면, 그리고 고된 일상에 지쳐 있던 감각 세포를 일으켜줄 커피가 준비된 카페로 향한다면, 도쿄의 바리스타들은 당신의 마음을 알아보고 진심으로 환대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도쿄 여행은 두고두고 회상할 인생의 책갈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