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가장 귀엽고 포근한 그림책
새하얀 한지 위에 소복한 눈처럼 그림을 덮은 『눈사람은 눈사람』
깨끗하고 하얀 눈보다 순수하고 반짝이는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시각 예술 창작 공동체인 아크(Artists Community; AC)에서 데뷔해 우리학교의 그림책 브랜드인 초록귤을 통해 첫 그림책 『눈사람은 눈사람』을 출간한 곰민정 작가는 눈사람과 자그마한 아이의 첫 만남을 순수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그려 냈다.
한지에 수채 물감을 펼치고, 색연필로 섬세함을 더한 『눈사람은 눈사람』은 그동안 독립출판물과 일러스트 작업 등으로 자신만의 아늑한 공간을 짓고 있는 곰민정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눈사람이 녹아 슬퍼하는 아이들에게 녹지 않는 눈사람의 귀여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곰민정 작가는 사랑하는 이들을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새하얀 한지 위에 첫 발자국을 찍었다.
고요한 눈밭에 인사말을 남기는 듯한 눈사람의 모습이 담긴 표지를 펼치면, 저 멀리 아이와 강아지 한 마리가 눈사람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그림이 펼쳐진다. 뽀득뽀득 눈 밟는 소리를 느끼다 보면 어느새 아이와 강아지는 눈사람의 앞에 다가와 있고, 눈사람은 아이와 강아지, 그리고 눈밭 너머에 있는 독자들에게 설렘 가득한 말을 건넨다. “내 이야기 들어 볼래?” 이 순간, 우리는 자그마한 눈사람이 보여 주는 천진난만한 세상으로 진입하게 된다.
송미경 작가가 적극 추천한 그림책
눈사람이 불러 주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이름
눈사람은 아이에게 말장난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붕어빵은 빵이고, 악어새는 새고, 오리배는 배야. 무지개떡은 맛있는 떡!” 아이와 강아지는 눈사람이 부르는 여러 이름을 마치 여행하듯 따라간다. 폭신폭신한 붕어빵 냄새를 맡고, 입을 크게 벌린 악어를 구경하고, 오리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다 진흙을 밟기도 하며 무지갯빛이 나는 달콤한 떡까지 먹고 난 뒤, 눈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맞혀 보라며 수수께끼를 내고서 답을 알려 준다.
“나는… 눈사람이야.”
눈사람은 아이에게 자신을 ‘사람’으로 소개한다. 책 내용의 절반 이상을 눈사람이 낸 수수께끼가 차지한다. 어쩌면 눈사람은 아이와 동등한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던 마음일지 모른다. 드디어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드러낸 눈사람의 말을 들은 아이는 즐거워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 준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고 어루만져 준 누군가와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이가 떠올린 다정하고 포근한 기억은 과연 무엇일까?
『눈사람은 눈사람』은 누군가가 나를 가만히 안아 주며 했던 말, 사랑하는 눈길로 불러 준 목소리를 듣게 되고 사랑받은 순간의 기쁨을 조금씩 기억나게 하는 책이다. _송미경(작가)
우리 역시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불리는 저마다의 이름과 반짝이는 기억이 있다. 추운 겨울날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는 사랑을 떠올리면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눈사람이 전하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