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나무의 아주 특별한 겨울나기
다양한 생김새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사이좋게 살고 있는 어느 숲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나무들은 이파리 날리기를 하며 장난을 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무 안에서는 새와 다람쥐 같은 작은 동물들도 함께 살아가는 평화로운 숲속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무들이 노랗게, 빨갛게 조금씩 조금씩 물들어 갑니다. 초록 물결이던 숲에 가을이 찾아온 것입니다. 계절이 완전히 바뀌자 나무들은 저마다 알록다로한 옷으로 갈아입고 멋진 모습을 뽐내게 됩니다. 앗, 그런데 모습을 바꾸지 않은 나무가 있었어요! 혼자서만 가을옷을 갈아입지 못한 초록나무를 두고 다른 나무들은 비웃기 시작했고, 초록나무는 시무룩해졌지요.
가을이 무르익고,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자 나무들은 하나둘 이파리를 떨구기 시작했어요. 낙엽은 계속 쌓여 가고, 동물 친구들이 신이 났어요. 빗자루는 바쁘게 일을 했고요. 그러는 사이 가을이 물러가고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졸음에 겨워 눈이 감기던 나무들은 긴긴 겨울잠에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가을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혼자만 초록이던 초록나무는 친구들이 모두 잠들 때도 함께 잠들지 못했어요. 왜 다들 잠만 자는지 이해하지 못했죠. 이윽고 눈이 내리고, 긴긴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쓸쓸히 혼자 남은 초록나무가 눈을 질끈 감았어요. 친구들과 함께 놀던 시간이 그리웠어요. 잠이 오지 않았죠.
그러던 어느 날 동물 친구들은 땅속 깊이 숨겨 두었던 보물 상자를 꺼냅니다. 그 안에는 예쁜 장식물들이 가득했어요.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장식물을 옮기는 동물들. 무언가 신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예요!
동물들은 그렇게 열심히 옮긴 알전구와 장식으로 초록나무를 꾸미기 시작했어요. 초록나무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죠. 초록나무의 꼭대기는 노란 별을 달았어요. 전구가 켜지자 초록나무가 반짝반짝 예쁘게 빛났어요. 맞아요! 초록나무는 멋진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었어요. 그리고 동물 친구들의 겨울밤을 환하게 밝혀 주었답니다.
가장 평범한 모습에서 가장 필요한 가치가 탄생하는 멋진 순간
이 책은 사철 변하지 않는 상록수를 ‘초록나무’라는 캐릭터로 탄생시켜 숲속의 이야기를 펼쳐 갑니다. 친구들이 모두 알록달록한 가을옷을 입고 주변의 환경이 변해 갈 때, 남들처럼 변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시무룩하기도 하고,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혼자 깨어 있는 고독을 경험하는 초록나무에는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존재의 쓸모를 고민해야 하는 우리 사람들의 숙명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초록나무는 긴긴 겨울밤의 쓸쓸한 시간을 통과하여 결국 자신의 쓸모를 발견하게 되지요. 그 과정에서 작은 존재들의 지혜와 역할이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사계절 나무들과 함께 살아가던 작은 동물들은 초록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알아보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쓸모 있는 나무로 만들어 주었지요.
종종 작가의 그림책 《긴긴 겨울밤 초록나무는》에는 자기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탐색하는 작가의 일관된 철학이 잘 담겨 있습니다. 가장 평범한 모습에서 가장 필요한 가치가 탄생하는 멋진 순간이 또 한 번 탄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