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다는 건 뭘까?”
소복소복 다정함이 쌓여 온 세상이 포근해져요!
“에취!” 이서가 재채기를 하자, 유진이가 얼른 휴지를 건넵니다. “유진이는 참 다정하네.” 그 모습을 본 선생님의 말에 이서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다정하다는 건 뭘까요? 친구가 그림을 망쳐서 속상하지만 괜찮다고 말해 주는 것, 추위를 타는 친구에게 방한용품을 나눠 주는 것, 밤사이 혼자 유치원 마당을 지킬 눈사람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도 다정함인 것 같아요.
그동안 이서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다정함은 곳곳에 있습니다. 버스를 잡으려고 달려가는 할머니를 위해 한발 앞서 달려가는 여학생, 신호가 바뀌었지만 시각 장애인이 건널목을 다 건너기를 기다려 주는 자동차, 빙판에 미끄러질 뻔한 경비 아저씨의 손을 얼른 달려가 잡아 주는 이서의 엄마…….
다정함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낸 이서가 곤히 잠든 사이,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립니다. 온 마을에 다정함이 소복소복 쌓입니다. 이제 이서는 다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알게 되었을까요?
아이의 시선으로 만나는 ‘다정함’
타인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거리 두기’가 미덕처럼 자리 잡은 이즈음입니다. 다른 사람과 얽히는 일 없이 제각기 살아가면 편안할 것 같지만, 우리 삶이라는 것이 그런 식으로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누구라도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마주하고 부딪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지요. 그런 순간에 마찰이나 충돌을 줄여 주는 것이 서로에 대한 작은 관심과 배려, 이해와 포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혜인 작가는 그런 모든 것을 ‘다정함’이라는 말에 녹여 넣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일상 속의 작은 다정함을 찾아내 우리 앞에 펼쳐 보입니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말이지요.
이 책의 주인공 이서는 선생님이 친구에게 건넨 칭찬의 말을 듣고 다정함의 의미를 고민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관심과 배려, 이해와 포옹,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다정함이라는 말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작가는 섣불리 다정함을 정의 내리려 하기보다는, 이서가 하루 동안 만난 다정한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 갑니다. 아이는 유치원에서, 거리에서, 동네에서, 친구 간에, 이웃 간에, 낯선 타인 간에 오가는 다정함을 목격하며 그 의미를 깨달아 갑니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에서 배운 다정함을 다시 세상에 돌려주지요. 이 책을 본 어린이들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혜인 작가가 퍼트린 다정함의 씨앗이 어린이의 마음속 깊이 뿌리내리고 무성하게 자라나 세상을 더 다정한 곳으로 만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