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간신들이 남긴 추악한 행적과
그 해악은 지금도 우리의 발목을 강하게 잡고 있다.
이 간신현상을 철저하게 청산하지 않는 한 미래가 저당 잡힌다.
이번에 펴낸 한국사마천학회 김영수 이사장의 《간신-간신전奸臣傳》은 200자 원고지 기준 총 5,000여 매 분량의 ‘간신 3부작’ 중에 2부이다. 저자는 〈일러두기〉에서 책의 개관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간신이란 큰 제목 아래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 〈간신론〉은 간신의 개념 정의부터 부류, 특성, 역사, 해악과 방비책, 역대 기록 등을 살핀 ‘이론편’이다.
제2부 〈간신전〉은 역대 가장 악랄했던 간신 18명의 행적을 상세히 다룬 ‘인물편’이다.
제3부 〈간신학〉은 간신의 수법만을 따로 모은 ‘수법편’이다. 이와 함께 역대 간신 약 100명의 엽기 변태적인 간행을 모아 보았다.
3부 모두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은 간신의 간악한 행적을 통해 이들이 인류와 역사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쳤는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지금 우리 사회에 횡행하고 있는 현대판 간신들과 간신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나아가 이를 뿌리 뽑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자는 데 있다.
이 책은 중국 역사상 간신에 관한 기록과 그들의 행적 및 수법을 소개하고 분석했지만, 가리키고자 하는 대상은 지금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다양한 부류의 간신들임을 밝혀둔다.
이 책은 지난 20년 넘게 간신과 관련한 기록과 학문적 성과를 꾸준히 공부해온 마지막 결과물이다. 그사이 몇 권의 관련 대중서를 출간한 바 있고, 이번에 이 모든 자료들을 다시 검토하고 다듬어 이 세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간신들이 남긴 추악한 행적과 그 해악은 지금도 우리의 발목을 강하게 잡고 있다. 이 간신현상을 철저하게 청산하지 않는 한 미래가 저당 잡힌다. 최악의 간신 유형인 매국노이자 민족반역자인 이른바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대가가 얼마나 큰가를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역사는 그 자체로 뒤끝이다. 역사와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해야 하는 까닭이다. 간신에게 역사의 평가와 심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이 책을 통해 경고하고자 한다.”
간신은 나의 현재와 미래, 자식의 현재와 미래, 보통 시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친다.
결국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친다.
“간신은 오로지 사리사욕, 재물, 권력, 자리에만 충성할 뿐이다. 간신은 내 것을 가져간다. 빼앗아 가고 훔쳐 간다. 간신은 내 자식 것을 훔쳐 간다. 내 이웃의 것, 이 사회 선량한 보통 시민의 것을 훔쳐 간다. 그것을 합하면 크게는 나라 전체가 된다. 간신은 나의 현재와 미래, 자식의 현재와 미래, 보통 시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친다. 결국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망친다. 간신은 나라를 훔친다. 나라를 판다.”고 편저자는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간신은 개별적 존재가 아니다. 떼거리를 지어 온갖 해악을 끼치는 집단에 속한 자들이며, 그 악행 때문에 사회와 나라가 망가진다. 하나의 현상, 역사현상이다. 그 영향력이 실로 막강하기 때문에 필자는 이를 간신현상이라 부른다. 이 현상은 전염성까지 막강해서 사회 곳곳을 좀먹는다. 단순 현상을 넘어 너나 할 것 없이 따라하게 만드는 하나의 병적인 신드롬syndrome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남다르다. 이 현상을
직시하고 대책을 마련하여 일소하지 않으면 간신들의 전면적인 공격에 나라가 망할 수
있다.”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역사는 그 자체로 뒤끝이다. 역사와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해야 하는 까닭이다. 간신에게 역사의 평가와 심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이 책을 통해 경고하고자 한다.
이번에 펴낸 개정증보판《간신-간신전奸臣傳》에 소개되는 18명의 간신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간신, 조고趙高 / 외척外戚 간신의 시대를 연, 양기梁冀 / ‘무간武奸’의 시대를 연 무부武夫, 동탁董卓 / 남북조시대가 낳은 변종 간신, 우문호宇文護 / 명장·권신·간신의 이미지가 합쳐진 다중인격의 간신, 양소楊素 / ‘웃음 속에 비수를 감춘’ ‘인간 삵괭이’, 이의부李義府 / ‘입에 꿀을 바르고’ 다닌 간신, 이임보李林甫 / 치맛자락을 붙들고 온 간신, 양국충楊國忠 / 권력자를 완벽하게 기만한 귀신 얼굴의 간신, 노기盧杞 / 변신의 귀재 ‘팔색조八色鳥’ 간신, 채경蔡京 / 인재를 해치고 나라를 욕보인 간신, 황잠선黃潛善 / 민족까지 욕 먹인 희대의 간신, 진회秦檜 / ‘간신 종합 세트’, 가사도賈似道 / 호랑이보다 더 사나왔던 ‘팔호八虎’의 우두머리 간신, 유근劉瑾 / 20년을 기다린 무서운 간신, 엄숭嚴嵩 / 악귀와 같았던 간신, 위충현魏忠賢 / 심기心機가 뼛속까지 스민 간신, 온체인溫體仁 / 역대 최고의 탐관오리 간신, 화신和珅이다.
각 편마다 8~9개의 도판과 도표 자료 총 150여 개를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간신-간신전奸臣傳》은 역사소설처럼 쉽게 읽히는 점이 강점이며, 다 읽고 나면 18명의 중국 간신들을 시대순으로 소개하고 있어 ‘간신으로 보는 중국역사’ 한 권을 읽는 것처럼 느껴진다. 간신들을 감시하는 깨어 있는 국민들은 물론이거니와 작은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와 리더들의 일독을 권한다.
“…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악취를 풍기며 나라를 망치고 있는 간신들을 새삼 확인하면서 역사가 참으로 무섭다며 몸서리를 쳤다. 무엇보다 적당히 타협하고자 하는 비겁함, 이쯤에서 다 포기하고 싶은 나약함과 싸우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내 안의 간성奸性과 싸우는 일이었다. 가장 화가 나는 일은 우리 안의 간신, 즉 내간內間이란 존재였다. 간신과 치열하게 싸워도 힘이 부치고 시간이 모자랄 판인데 우리 내부를 찢고 서로를 헐뜯는 이 내 간들은 결코 깨어 있는 우리와 역사의 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어쩌면 이들이 첫 청산 대상일지 모른다. 다만, 지금은 다른 간신들과의 싸움이 더 중요하니 잠시 유보해둘 뿐이다.
역사는 그 자체로 뒤끝이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껏 우리 민족의 발목을 세게 붙들고 있다. 친일, 종일, 부일의 역사는 매국과 매국노의 역사이고, 매국노의 역사는 곧 간신의 역사이다.
간신은 하나의 역사현상이다. 간신현상이다. 간신현상은 역사적으로 가깝게는 친일 매국노의 역사와 물려 있고, 더 가깝게는 지금 우리 현재사와 붙어 있다. 역사는 무섭고 역사의 평가는 매섭다. 역사의 심판은 인정사정없다. 역사의 평가와 심판은 잠시 유보하는 경우는 있어도 건너뛰는 법은 결코 없다. 역사는 그 자체로 뒤끝이다. 지금 준동하고 있는 간신 떼거리와 간신현상에 대한 청산은 식민잔재, 친일청산과 그 맥을 같이한다. 이참에 한꺼번에 씻어 내자.”
-〈에필로그〉 중에서
“간신은 반드시 알아야만 대비할 수 있고, 반드시 없애야만 끝낼 수 있다.
모르면 방자해지고, 없애지 않으면 멋대로 설친다.” -《한비자》 〈육반六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