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실천 50년』은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를 비롯한 전국 31개 언론사가 유신정권의 폭압적 언론통제에 항거하며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하고 이후 50여년에 걸쳐 전개된 언론인들의 자유언론실천 투쟁을 정리한 책이다.
반세기 전 한국의 언론 현실은 기관원이 언론사에 상주하며 기사를 일일이 통제했으며 정부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기사가 나가면 담당 기자와 편집국 간부가 연행돼 조사받고 감금당했다. 질식할 듯한 언론 상황에서 동아일보사 기자 180여명은 1974년 10월 24일 오전 ‘외부 간섭 배제, 기관원 출입 거부, 언론인 불법 연행 거부’ 등의 내용을 담은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그날 저녁 한국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들도 비슷한 내용의 선언을 했고 이후 전국 대부분의 언론사가 선언에 참여함으로써 유신정권의 언론탄압에 전체 언론계가 맞선 싸움으로 전개됐다.
자유언론실천선언 직후 4~5개월 동안 한국 언론은 짧은 ‘자유’를 구가하며 시위나 인권 관련 보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74년 12월 말 유신정권이 광고주를 압박해 동아일보에 광고를 싣지 못하게 함으로써 ‘백지광고’ 사태가 발생하고 이에 저항한 시민들이 ‘격려광고’에 나섬으로써 당시 동아일보는 사실상 유신정권과 민중의 격전장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주축이었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언론인들은 정권의 압력에 굴복한 사주에 의해 1975년 3월 160여명이 강제 해직됐다. 특히 동아일보사에서만 130명이 넘게 해고돼 세계 언론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언론탄압으로 역사에 그 기록을 남기게 됐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 대량 해직된 언론인들은 이후 50여년에 걸쳐 한국의 민주화와 언론자유 회복에 헌신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사표로 남았다. 그들은 유신 말기 ‘보도되지 않은 민권일지 사건’을 공개해 유신정권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했고 그 일로 10명의 동료들이 구속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엔 1980년 해직된 언론인들과 함께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를 결성해 군사정권과 싸웠고 〈말〉지를 창간하고 ‘보도지침’을 공개해 신군부의 언론통제 실상을 알렸다. 1988년 〈한겨레신문〉의 창간은 그들의 오랜 꿈을 실현한 쾌거로 한국 언론사에 신기원을 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 중 다수는 〈한길사〉 〈문학과지성사〉 〈두레〉 〈아침〉 등 진보적 출판사를 설립해 우리 사회 민주화의 지적 자양분을 제공했다.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서 수배와 투옥을 거듭한 분들 또한 여러 분이다. 오늘날 한국 언론운동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또한 1974년 동아일보노조와 한국일보노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회는 1974년 10월 자유언론실천 운동으로 해고됐던 160여명의 언론인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자유언론실천 50년』은 그 분들의 50년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50년 한국 언론운동사이며 그 분들의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