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글자도서 소개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글자 크기’와 ‘줄 간격’을 일반 단행본보다 ‘120%~150%’ 확대한 책입니다.
시력이 좋지 않거나 글자가 작아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인간을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헤드헌터’의 시대,
야만의 신자유주의 시대의 풍속도”
_장성규(문학평론가)
“연애라는 강물이 흘러가면서 주변에 있는 회사, 가정, 사회 등의 디테일을
하나하나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살려낸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문제적 단면이라고 할 풍경 하나가 완성되었다.” _은희경(소설가)
“대한민국에서 출신 대학은 낙인이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낙인.”
세속적 욕망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실시간 대화록
《모던 하트》의 주인공 서른일곱 싱글 여성 김미연은 3년 차 헤드헌터다. 헤드헌터인 그녀 앞에는 더 높은 연봉과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줄지어 선다. 쟁쟁한 스펙과 철저한 경력 관리를 통해 신분 상승을 노리는 이들 앞에서 헤드헌터는 기꺼이 첫 심판자가 된다. 그가 휘두를 수 있는 잣대는 학벌 세탁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출신 대학’이다. 아무리 그 자리에 맞는 출중한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학벌이라는 선을 넘지 못한 지원자에게는 ‘훌륭한 인재이지만 우리 회사와는 맞지 않는다’는 탈락 소식만 전달될 뿐이다. 사내 정치에 어둡고 눈치가 그리 빠르지 않은 미연에게 헤드헌터로서의 성과는 멀기만 하고, 후배로 들어오는 20대 직원들의 정보 수집력과 인맥 동원력은 그녀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나름대로 치열한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근성만 남은 미연에게, 로맨틱한 연애는 오래전 얘기다. 썸남과 물고기남, 실속 없는 두 남자 사이에서 긴장감 없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스킨십 없이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썸남 태환. 그가 있는 곳으로 미연은 늘 달려간다. 채식을 하는 그에게 맞춰 음식을 주문하고, 그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검색해서 듣는다. 국내 제일의 사립대학 Y대를 나온 그가 미연에게 먼저 달려오는 일은 없다. 그런 그녀에게, 전화 한 통만 하면 대전에서 서울까지 달려오는 흐물은 지방대를 나와 공사에 다니는 하찮은 남자일 뿐이다. 서른이 넘어가면서 주변 친구들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데 혼자 뭔가 엄청난 것을 놓친 듯한 초조함, 대오에서 뒤처져 앞사람들을 영영 따라잡지 못하게 된 것 같은 불안감이 미연을 수시로 덮친다. 그렇다고 그 길로 선뜻 들어서기에는 결혼한 사람들이 다 행복해 보이는 것도 아니다.
미연의 동생 세연만 봐도 그렇다. 세연은 통칭 슈퍼맘이다. 직장을 다니며 두 아이의 양육을 도맡아 하느라 일상이 전쟁이다. 그 전쟁터 아래 홀로 평온한 사람은 ‘서울대 간판’ 하나로 버티고 있는 사법고시생 제부. 변변한 직업 하나 없으면서 자존심만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그를 볼 때마다, 미연은 분노가 치솟는다. 게다가 결혼한 동생과 친구들은 미연에게 ‘싱글이라 자유로워서 좋겠다’고 말하면서 정작 그 자유를 존중해주지 않는다. 미연은 점점 다른 사람들의 자식을 돌보거나 그들의 결혼 생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늘어난다. 심지어 얼굴을 한두 번 봤을 뿐인 윗집 여자의 아이까지 돌봐주다 귀한 주말이 다 지나가기도 한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미연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꿈꾸는 것은 ‘주식 대박’ ‘부동산 대박’이다. 인간도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A등급’을 달지 못한 사람은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 외에는 인생에서 극적인 신분 상승의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모던 하트》는 우리와 너무나 닮은 미연이라는 인물을 통해 “학벌로 번식하고 스펙으로 증식하는 인간들의 냉혹한 정글” 같은 대도시의 풍속도를 세밀하게 그려나간다. 헤드헌터라는 직업의 내밀한 세계를 파헤치면서, 학벌을 따지는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가득하면서도 한편에서는 내 애인, 배우자를 학벌로 재단하며 평가하는 우리의 이중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또한 메신저를 훔쳐보는 듯한 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는 실시간 대화록처럼 귀로 들리며 속도감을 더한다. 그 대화들을 들으며 킥킥 웃다가 어느 순간 뜨끔함과 함께 씁쓸한 뒷맛을 느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