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시아 불교문화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일상의 삶 속에서 부지불식간에 ‘전생’과 ‘업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이는 그만큼 우리의 삶과 문화 안에 전생과 윤회, 그리고 윤회하는 삶에서 지은 업보에 대한 관념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윤회와 업과 그에 따른 과보에 대한 개념은 어떤 관계에 있으며, 역사적으로 그것은 어떻게 각 학파에 의해 형성되고 변화되어 왔을까? 그리고 윤회와 업보에 있어 핵심 개념인 업, 즉 까르마는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작용되는 것일까?
이 책은 까르마(업)라는 용어가 지니는 이중적 의미, 곧 윤회와 업보가 그 역사적ㆍ문화적 맥락의 중심에 있다고 본다. 이 책의 저자는 까르마란 개념을 태동시킨 인도의 학파 하나하나, 특히 자이나교와 불교, 그리고 브라만교의 다양한 분파가 이 이중적 의미, 즉 ‘윤회’와 ‘업보’를 진지하게 수용할 때 따라오는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흥미롭게 묘사함으로써 그들의 차이점을 조명한다.
2.
이 책은 서구의 문화와는 다른 문화권에서 통용되던 믿음[사상]을 다루고 있다. 이는 바로 까르마 사상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고대 및 고전 인도문화의 까르마에 관한 것이며, 현대 서양 문화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인과응보로서의 ‘karma’에 관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책은 까르마라는 오래된 개념을 통해 동양과 서양이라는 서로 다른 두 문화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먼저 까르마에 있어 ‘업보’와 ‘윤회’라는 두 주요 의미는 서로 얽혀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까르마의 인과응보적 측면에서 벗어나고 생사윤회의 고리 또한 끊는 방법을 모색한 사상가들에게 우리는 공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인 브롱코스트는 이를 위해 자이나교, 불교 및 브라만교의 여러 학파들이 개발한 다양한 방법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와 함께 업보윤회사상을 받아들일 때 수반되는 여러 다른 퍼즐들을 맞추어 간다. 예를 들어 선행(善行)에 관한 치열한 철학적 논쟁으로 갑론을박하는 상황에서 인과응보적 요소는 무엇에 의해 이끌리는가와 같은 의문점에 대해 설명해 준다.
이 책에는 자이나교의 ‘부동(不動)의 고행’에 대한 설명에서 불교의 자아(무아) 개념에 대한 새로운 분석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독자들은 까르마의 개념과 관련하여 브라만교의 여러 주요 학파들의 교리적 차이에 대해 훨씬 더 많은 내용을 접하게 될 것이다.
한편 이 책의 목적은 까르마와 관련된 다양한 형태의 믿음과 개념에 대해 그 맥락적 이해를 최대한 제공하는 것에 있다. 더 큰 복합 사상체계에 명확하게 부합되지 않는 믿음과 개념은 저자의 최소한의 해석이 곁들여져 설명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책은 가능한 한 텍스트가 스스로 말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하며 저자의 주관적인 해석은 최대한 배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나친 ‘조력’은 현대 서양이나 인도의 전문가가 제공하는 것일지라도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으며, 실제로 한 현대 학자가 “까르마에 대한 현대의 사변적 해석”에 대해 경고한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3.
이와 같이 이 책에서 보여주는 까르마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해설은, 과거 남아시아인의 삶 속에서 까르마와 연계된 사상들을 생동감 있게 그려냄으로써 이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와도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고, 공업(共業)의 규모가 훨씬 더 확대된 현대사회에서 ‘까르마’의 업보윤회사상이 주는 의미 또한 훨씬 교훈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