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감 넘치는 필력으로 시의성과 장르적 재미
모두를 거머쥔 이야기꾼의 등장!" _주원규 작가(심사위원)
황혼을 앞둔 자들에게 주어지는 또 한 번의 젊음은
재건의 기회일까, 지옥으로의 환생일까
현묵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혼자 돌보는 중년의 형사다. 75세 이상 노인에게 젊음을 되찾아줄 신약을 투약한다는 ‘노화종말법’의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현묵의 어머니를 포함한 중증질환 환자는 투약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그는 얼마가 들더라도 어머니를 치료해야만 한다. 그러던 중 온몸의 뼈가 열세 군데 부러진 채 사망한 남자가 발견되고, 부검의는 피해자가 흉기가 아닌 사람의 주먹에 의해 맞아 죽었다는 소견을 내놓는다. 초인적인 힘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후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진 범인. 연이어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이 살해되고, 현묵은 피해자들이 과거 어떤 사건의 공범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열세 군데의 뼈를 주먹으로 부러뜨려 사망하게 하는 복잡하고도 기이한 범행 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
본작의 제목이기도 한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 DNA 염기서열을 보호하는 염기쌍으로, 노화는 이것이 줄어들면서 시작된다. 즉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하거나 재건한다면 늙지 않거나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화는 더는 자연의 섭리가 아닌 질병의 일종이며, 이는 치료하면 그만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다소 환상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치열한 리얼리티를 담는 데 성공한다. 오롯이 개인이 홀로 돌봄 노동을 감내해야만 하는 현실, 늙고 건강하지 않은 이들을 향한 혐오, 좁혀지지 않는 빈부ㆍ나이ㆍ성별 등 온갖 격차,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여 사회 분열을 일으키면서 이익을 챙기는 자들 등은 이 작품을 현재라는 지면 위에서 걷게 한다. 시의성 강한 주제를 생동력 넘치는 필력으로 안정감 있게 써 내려가는 한편, 끝내 독자에게 진중한 물음을 던지는 『텔로미어』는 명실공히 작가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