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 이면의 따듯함을 포착해 내는 작가 이혜란의 웃음 터지는 새 그림책
하늘을 날고 싶은 수탉 뜩구의 우당탕탕 도전기!
산골 사는 수탉 뜩구는 어느 날 다람쥐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닭은 왜 못 날아? 날개가 있는데?” 닭이 못 날다니! 자존심이 상한 뜩구는 힘차게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하지만 뜩구와 거의 동시에 날아오른 참새가 벚나무 높은 가지에 앉았을 때, 뜩구는 키 작은 앵두나무 가지에 간신히 매달렸을 뿐이다.
새들에게 높이 나는 비결을 묻지만, 새들은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냥 나는 건데 어떻게 날 수 있냐고 물으면… 그러다가 뜩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까마귀로부터 닭이 높이, 멀리 날지 못하는 이유를 듣게 되고, 뜩구는 똥 누는 시간도 아껴 가며 훈련에 나섰다. 뜩구는 하늘 높이 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데 말입니다.
닭이 꼭 날아야 할까?
뜩구는 높이 날지 못했어도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냈다. 그런데 왜 새처럼 날려고 할까? 아니, 엄밀히 말하면 닭도 새인 건 맞다. 날지 않아도 먹을거리가 충분하니, 잠을 자러 횟대에 올라가거나 위험을 피해 지붕에 올라가는 정도로만 날아도 괜찮지 않을까? 뜩구는 훨훨 날아서 새들처럼 멀리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걸까?
결론적으로 뜩구는 하늘 높이 나는 데 멋지게 성공했다. 하늘 높이 날면서 뜩구는 새들이 말한 비결을 이해했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높은 하늘을 즐기면서, 뜩구는 벅차게 행복했다. 이 행복은 뜩구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제와는 조금 다른 오늘
하늘의 해님이 집으로 돌아갈 때 뜩구도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 더 놀고 싶었겠지만 집은 돌아오려고 있는 곳이니까. 그리고 다음 날에도 뜩구는 가장 먼저 일어나 해를 불렀다. 세상에 아침을 불러왔다. 그렇다는 건 물론 뜩구의 생각이지만.
그러고 나서 뜩구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운동을 한다. 어제와 같아 보이지만 조금은 다른 오늘, 뜩구는 아마도 위험을 더욱 잘 피하게 되었고, 더 높은 곳에 있는 먹이를 사냥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기분이 울적할 땐 하늘 한 바퀴 돌고 올 수도 있겠다. 뜩구가 또 다른 목표나 꿈을 갖게 되었을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뜩구가 오늘 하루도 성장하며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러 도전과 성공 그리고 실패가 모이고 쌓여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하게 성장하는 것이 삶이니까.
강원도 산골의 동물 출연자들
작가 이혜란은 산골에 살기 시작하면서 산과 나무, 바람과 벌레, 여러 동물들을 관찰하며 역동하는 생명력과 함께 그 안에 깃든 웃음과 유머를 길어 올리고 있다. 마당에 풀어 키우는 닭들은 오랫동안 이야기의 씨앗이 되어 수년 동안 작가의 머릿속과 손끝에서 뜩뜩거리고 있었다. 조주연으로 등장하고 있는 동물들은 작가가 마당에서 혹은 개와 함께 숲을 산책하며 마주치는 동물들이다. 참새와 까마귀, 새들과 다람쥐, 토끼, 두더지, 족제비, 고라니, 심지어 멧돼지까지 만나는 일상에서 멸종위기 2급 동물 노란목도리담비를 우연히 마주친 것은 행운이었다. 족제비 자리를 차고 들어간 노란목도리담비는 금빛으로 빛나는 악당이 되어 결과적으로 뜩구의 멋진 비행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