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의 시편들은 과거의 경험과 기억, 그리고 내면의 고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 옛 기억의 아픔을 표현하는 「붉은 가시」,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목메어 불러보는」, 내적 갈등과 욕망을 드러내는 「나는 래퍼」, 「탱고를 추고 싶다」 , 「일렁이며 탐하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느낀 감정들을 탐구하는 「돌아가고 싶다」 등이 있고 지나 버린 시간에의 회한과 결핍된 현재에 대한 상념을 보여 주는 「무정 부르스」, 「기억의 끝에서」 「멀리서 온 전화」, 「등은 쓸쓸하다」 등이 있다.
2부의 시편들은 사회적 현실과 그에 대한 시적 응전을 보여 준다. 2부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공적 기억이나 체험에 대해 말하고,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된 사회적 현실을 보여 준다. 보다 강렬하고 직설적인 어조로 사회적 억압, 갈등,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분노와 슬픔을 표현한다. 「햄릿처럼」, 「죽이고 싶도록 미워한 적 없었는가」, 「아오지 탄광에서」, 「비행기는 10시 50분에 이륙했다」 등에서 인간 본연의 모순과 내적 분열을 묘사하고 억압된 사회 현실과 그 안에서 겪는 개인의 고통을 그려 낸다. 장소도 폐광촌, 아오지 탄광, 미국 빈민촌, 이태리 시골 장터, 시베리아, 제주도 등으로 다양하다. 사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이들, 핍박받는 자들, 예술가의 고뇌가 그려지고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워진다. 그러나 시인은 치유의 가능성도 열어놓는다. 비굴하고 잔혹한 시대의 생존투쟁을 그리는 시 「비애」가 “오늘도 한 잔의 갈증을 따라 마시며/ 부패한 살을 찢어 먹으며/ 흡혈귀처럼 산다”라는 환멸적 표현 뒤편에 이러한 인간군상에 대한 깊은 연민을 보여 주듯, 시인은 “혼신을 다해 화해하고 싶다// 깊이 허공에 박힌 촉을 뽑는다.”(「화해」)라고 쓰며, 이런 갈등과 비극을 해소하고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할 길을 고민한다.
3부의 시편들은 존재의 본질과 철학적 탐구를 좀 더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인간 존재의 본질, 삶과 죽음, 시간의 무상함 등을 탐구하며, 스스로의 내면으로 들어가 자기 존재에 대해서도 성찰한다. 「온통 꼴린다」, 「꽃들은 만개의 꿈을 반복한다」는 자연과 인간의 욕망을 통해 존재의 순환과 반복을 이야기하고, 「허무함을 쓴다」, 「1937년 프랑스산 적포도주」 「위대한 나그네」, 「엄마는 가지 않았다」, 「물의 꿈」, 「너를 녹이지 못했다」 등은 삶과 죽음, 시간과 존재의 무상함에 대해 고찰한다.
4부에서 시인은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며, 각 시가 제시하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봄 1」, 「봄 2」는 혁신과 재생의 이미지를 통해 변화와 새로움을 상징하고 「게이들의 벽」 등은 사회적 소수자와 주변화된 존재들을 조명하며, 그들의 아픈 현실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짧은 삶을 슬퍼하지 않는다」, 「이 지극한 용납」 등은 존재와 관계의 본질을, 「내다본 바깥은 끝이 없다」, 「포스트모더니즘」 등은 현대 사회의 복잡성과 모순을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