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오지윤의
일종의 오지탐험
『My Second Hometown 마이 세컨드 홈타운』은 작가가 발행하는 에세이 레터 「보낸이 오지윤」 중에서 ‘오지탐험’이라는 소제목을 붙여 보낸 여행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오지(奧地)의 사전적 정의와는 관계없이 작가의 이름에서 파생된 제목이지만 어디를 가든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것처럼 여행한다는 점에서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네팔의 다딩베시처럼 오지에 가까운 곳도 물론 있으나 베를린, 도쿄 같은 친숙한 여행지에서의 기록이 더 많다. 다만 여행지에 대한 소개보다는 그곳의 친구들, 현지의 이웃들과 만나서 나누는 대화와 에피소드 위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랜드마크나 SNS 핫플레이스에 방문한 후기 같은 건 없다. 어디서든 섣부른 예단 없이 그저 살아 보고, 관찰하고, 춤추고, 기억한다.
다른 행성에서 그 행성의 시간에 맞춰 살아 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우리는 점심에 집 앞 강변에 앉아 아프리카 음식을 먹었고, 집 앞 공원에 앉아 햇볕을 쬐었다. ‘어디서’ ‘어떻게’가 뒤집히니 나라는 사람도 뒤집혔다. 왠지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_「행성들의 춤」 중에서
이 여행자의 가장 사랑스러운 점은 결코 사랑이나 평화 같은 간지러운 언어를 앞세워 자신의 여정과 타인의 삶을 함부로 치장하지 않고, 언제나 삶의 진실 쪽에 초점을 맞추고 렌즈를 가져다 대는 용기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여행의 스릴과 재미를 과시하지 않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을 탐구한다.
_추천사(황유미 작가) 중에서
우리들 각자의
두 번째 고향을 찾아
그렇게 살아 보듯 여행한 곳은 또 하나의 고향이 되어 준다. 이 작은 지구에서 언제라도 돌아가고픈 고향을 찾아 나서는 건 나만의 안전지대를 늘려 가는 일일 것이다. 현실이 버거울 때면 그 안전지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잠시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지윤에게 여행은 “어디서 살든 기어코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과 용기를 주는 일이기도 했다. 네팔의 학생들에게 ‘풀마야’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존재를 환영받았던 기억, 베를린에 정착한 친구들과 한동안 함께 지내며 스스로를 돌보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감각을 배운 시간, 일본에 사는 동료 작가를 실제로 처음 대면한 날 같은 호텔에 묵으며 맨 얼굴로 각자 할 일을 했던 밤, 그렇게 서로의 위치에서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을 경유하며 삶의 힌트들을 얻고 돌아왔다.
잼을 바를 때 쓰는 스프레드 나이프가 있다. 자취를 하는 나는 돈이 아깝다고 그것을 사지 않았다. 포크나 나이프나 수저로 대체하면 되니까. 그런데 정석과 예봉과 한나는 내게 빵과 잼과 버터와 스프레드 나이프를 내주었다. 그 스프레드 나이프를 보며 내가 받는 보살핌의 깊이를 음미했다. 핸드폰 메모장을 열어 ‘스프레드 나이프 사기’라고 적었다. 한국 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적고 또 적고, 받아 적을 게 너무 많다.
_「요리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제 막 고향을 떠났다고만 생각했지, 이곳이 나의 두 번째 고향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나는 또 다른 잠재적 그리움을 만들어 가는 중이었다. 그때 기차 안 공기는 오렌지빛이 났다. 유럽 기차의 짙은 파란색 의자와 참 잘 어울리던 시간. 사무치게 그리워하게 될 시간을 영유하는 중임을 그제야 깨달았다.
_「마이 세컨드 홈타운」 중에서
작가가 낯선 땅을 활보하며 포착한 다채로운 삶의 장면들을 이 책 『마이 세컨드 홈타운』에 담았다. 당신의 여행에도 “걸음마다 작은 발견이 있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도 돌아가고 싶은 고향으로 만들자”는 마음으로. 앞서 떠나온 자의 해상도 높은 기록들이 저마다의 여정에 동행자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