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자작시를 중심으로)
#1 김숙자 시인의 시의 근원
시인이란 자신의 가슴속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나만의 감성의 물을 마시면서, 그 맛을 음미해 가며 스스로 도취하는 자일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스스로의 감성에 도취됨으로써 그의 생각과 체험이나 의지를 어느 정도까지는 밀어내고 재조직해 가며 새로운 시로서의 생명력을 이끌어낸다. 그래서 시는 오묘하고 황홀하면서도 어떤 때는 열정적인 광기가 서린 듯 새로운 세계를 가슴속에 펼쳐내기도 한다.
필자는 시인이기 이전에 먼저 철저한 교육자였다. 누구보다 순수한 아이들이 더 없는 재산이었으므로 아이들의 교육과 사랑 외에는 아무것도 부러운 것이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던 동안은 누구도 부럽지 않은 동심 부자, 행복 부자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그러한 순수한 동심 세계를 지향하며 사랑과 열정으로 교육에 임하다 보니 자연스레 필자 역시 동심의 소유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2 동심으로 끌어올린 초기 동시들
1992년 5월 15일, 드디어 나의 첫 시집 『모시울에 부는 바람』이 탄생되었다. 신인인 필자가 첫 시집을 서울 현암사에서 내면서 적잖게 놀라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오랜 경륜을 가진 시인들도 그 시절에는 서울 명문 출판사에서 시집 한 권을 내는 일이 쉽지 않은 때였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첫째는 시인으로서 인지도가 있어야 출판을 해도 여러모로 활개를 치는데, 새파란 신인 작가가 명문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시기였다. 내가 그곳에서 책을 내고 싶다 해서 명문 출판사에서의 출간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아마도 내가 시인 중에서 퍽 행운아였던 것 같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곁에서 남편의 은사님이셨던 조남익 시인님과 홍익대 문우식 교수님이 여러모로 이끌어 주셨기 때문에 하늘의 별 따기 같았던 첫 출판을 유수한 서울 현암사에서 수락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벌써 첫 시집 출간 시간이 많이 흘러갔고, 그때 나의 첫 출간을 그토록 지원해 주셨던 조남익 시인님과 문우식 교수님 두 분 다 이제 내 곁에 안 계신다. 두 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와 고마움의 인사를 이 지면에라도 올리고 싶다.
#3 즐거움과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
동시 부문에서 김숙자의 「머리핀」 「꼬막손 예쁜 손」 두 편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어린 여자아이 머리 위에 꽂는 작은 머리핀! 세상 사람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고 보잘것없는 물건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기쁘게 해 주는 큰 동심을 담고 있는 시이다. 별로 길지 않은 시인데,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예서 더할 수 있을까? 한자어가 한 군데도 침범하지 않는 너무도 정제된 우리말 동시에 백 점을 줄 만하다. 이러한 동시를 쓴 김숙자 시인의 뛰어난 작품 구성력과 리듬 감각은 앞으로 동시를 잘 쓸 수 있는 능력을 짐작게 해준다. 정진을 빈다.
박종현, 엄기원(1991년 「월간 문학」 7월호)
#4 스승의 자세와 빛나는 서정
스승으로서의 마음에서 김숙자 시인은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로서 교사 시절을 보내고 지금은 교육 관리직에서 교감으로 교육 발전에 최선을 다한 분이라고 소개하신다. 교사 시절부터 김숙자 시인은 어린이들의 고운 심성 배양을 위해 글짓기 지도에 앞장서 왔다고 소개한다. 이런 교육 사랑과 제자 사랑 정신은 선생님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게 한다고 소개한다. 기산초등학교에 부임하면서부터는 학교 특수사업인 야생화 가꾸기에 전심전력을 다하여 사철 꽃을 볼 수 있는 학교, 꽃과 같이 아름다운 심성을 가꾸는 학교를 만드는 일에 일조를 하게 된다. 그러던 시인 자신도 교감 선생님이지만 꽃의 이미지를 작품으로 창작하기에 이르며, 좀 더 큰 의욕에 휩싸이게 된다. 이 책의 서문에서처럼 김숙자 시인은 이 『달님마저 반해버린 야생화』 시집에서 스승의 자세를 이렇게 확인하고 있다. 이 시집은 단순히 야생화 동시에만 그친 게 아니라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을 갖고, 우리 문화 체험을 할 때 아이들의 예쁜 손마다 이 책을 들고 다니며 자연 관찰을 할 수 있는 ‘야생화 도감’ 역할과 ‘야생화 관찰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동시집 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