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그림으로 살펴보는
화가들의 예술 여정
3부로 구성된 책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들을 물론, 다소 생소한 예술가의 미술 이야기가 담겨 있다. 1부 ‘파랑_낙관적인 태도로 삶을 긍정한 예술가’에서는 클로드 모네, 라울 뒤피, 알폰스 무하 등 파란색으로 삶의 아름다움과 환희를 표현한 화가들의 이야기와 작품이 가득하다. 특히 스페인 발렌시아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화폭에 담아낸 호아킨 소로야는 새로운 미술 사조의 불모지였던 스페인에 인상주의 바람을 일으키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화가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그가 남긴 파란색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푸르면서도 흰빛이 넘실대는 지중해 파도, 바닷가를 활력 넘치게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 태양빛에 반짝이는 물결 등 작가 자신의 따스한 성품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2부 ‘파란_고단한 삶을 딛고 일어난 예술가’에서는 오딜롱 르동, 앙리 마티스, 카지미르 말레비치처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거나, 확고한 의지로 숙명에 대항하며 새로운 역사를 쓴 화가들의 예술 여정이 그려진다. 특히 내면에 감추어진 불안과 공포의 심리를 가감 없이 표현하며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노르웨이 출신의 20세기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우울과 고통으로 점철된 생애를 아름다운 예술로 멋지게 승화해 자신만의 길을 근사하게 걸어 나간 예술가다. 그가 인생 후반기에 그린 「별이 빛나는 밤」은 밤하늘을 조명처럼 밝히는 여러 개의 큰 별과 마치 오로라를 옮겨놓은 듯 보랏빛과 초록빛, 파란빛이 오묘하게 섞인 풍광이 장관을 이루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분명 차가운 겨울 풍경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따스하고 온화한 분위기가 자아내는 이 그림에서 긍정의 기운으로 변모해가는 뭉크의 푸른 색채를 감상할 수 있다.
3부 ‘블루_내면의 색채를 발견한 예술가’에서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에드가르 드가, 에드워드 호퍼 같은, 불안정한 삶 속에서 자신만의 파란 색채를 발견하고 이를 그림으로 남긴 화가들의 작품을 관조한다. 그중 덴마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라 불리는 페데르 세베린 크뢰위에르가 사랑한 ‘블루 아워’는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색채의 모티프다. 너무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어스름한 시각, 낮과 밤의 경계에서 세상을 푸르게 변화시키는 블루 아워는 해질녘 하늘이 선사하는 선물 같은 빛깔이다. 그 오묘하고 부드러운 푸른빛의 스카겐 해변을 유독 많이 그린 크뢰위에르의 작품은 지나간 추억, 행복한 한때를 떠올리게 하며 관람자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신다.
이 외에도 책에는 17세기부터 20세기 초에 활동한 화가들 가운데 파란과 혁신을 일으키며 기나긴 미술의 역사에 족적을 남긴 화가와 유명세에 가려져 있던 흥미로운 미술 이야기도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들 화가들이 특정 시기 왜 파란색 작품을 그릴 수밖에 없었는지, 이들에게 파란색은 어떤 의미였는지 함께 살펴보면서 그림을 감상하다보면 색으로 표현된 감정의 농도를 음미하며 작품을 보다 풍부하게 감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닫을 때에는 각자의 매력을 고이 품은 나만의 색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