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담기 close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았습니다.

먹물을 받아내는 화선지처럼

먹물을 받아내는 화선지처럼

  • 이화우
  • |
  • 가히
  • |
  • 2024-10-25 출간
  • |
  • 112페이지
  • |
  • 125 X 194mm
  • |
  • ISBN 9791158966669
판매가

12,000원

즉시할인가

10,800

배송비

2,300원

(제주/도서산간 배송 추가비용:3,000원)

수량
+ -
총주문금액
10,800

※ 스프링제본 상품은 반품/교환/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서평

이화우 시인에게 고전적 미감이란 일종의 운명일지 모른다고 했지만, 실은 그가 좋아서 기울어간 남다른 취향일 수 있다. 굳이 이름의 소임을 받들고 닦는 데 쏠렸다기보다 자신의 마음길이 고전에 더 홀리는 미감으로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조선 선비의 교양이자 필수였던 서예에 힘쓰는 것도 먼저 좋아야 택하는 것이고, 최근에 전통술 담그기에 빠진 것 또한 그쪽에 기우는 정서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많은 시편이 그의 정서와 감각과 취향이 고전 쪽에서 더 발휘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고전의 단순 복기는 배제 대상이라 시인은 현대 정형시에 맞는 고전적 격조의 발화에 진력하는 듯하다. 먼저 다음 작품은 현대의 정형시로 거듭나는 시조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그 비백
뒤꼍에서


문득 간 꽃잎들이


던져버린 향기로 썩지 않고 쟁쟁하다


구멍집 어둠 속에도


메아리가
누대 산다
- 「봄 그림자」 전문

이 작품에서 시인은 “비백” 같은 고전적 용어와 함께 오늘의 현실을 넌지시 드러낸다. 비백飛白도 비백의 제시라기보다 그 “뒤꼍에서//문득 간 꽃잎들”을 환기하기 위한 도입이다. 중장이 “던져버린 향기로 썩지 않고 쟁쟁하다”인데, 그 앞의 “꽃잎들이”가 주어니 이를 평서문으로 펼치면 “문득 간 꽃잎들이//던져버린 향기로 썩지 않고 쟁쟁하다”는 것이다. “비백”의 “뒤꼍”으로 읽어야 할지는 조사가 생략된 까닭에 분명치 않다. 하지만 후각의 “향기”를 청각의 “쟁쟁하다”로 바꿔낸 표현은 공감각에서 나아가 꽃잎들이 “썩지 않”는 주체적인 모습으로 치환되는 효과도 빚는다. 그리고 “구멍집 어둠 속에도//메아리가/누대 산다”는 종장은 사람이 떠나도 여전히 “구멍집”에 살고 있는 “메아리”를 집의 주체로 만든다. 그 집이 사람만의 거처에 그치지 않는 것은 “향기”와 “메아리”가 “봄 그림자”로 함께 “누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절묘하게 잡아낸 단수에서 시인은 여백이 넓은 배행을 택하는데, 이는 함축을 깊이 들이는 미적 장치로 보인다. 이 작품을 3행 배열해서 읽어보면 행간에서 빚어지는 “봄 그림자”들의 여운이 확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인의 고전적 미감이 발휘되는 시편은 시어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다. 어떤 작품은 사전에서 단어를 다시 찾아야 할 정도로 시인의 고전 소양과 시적 활용이 깊은 편이다. 다음 작품은 한문(학)이나 서예 등에 조예가 깊은 이화우 시인의 고전 취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지런히 세로획이 옥판지에 들어서고

비질하는 청묵 속에 발묵으로 오는 단풍

앞서서 돌돌 마르며 바삭이는 자음들

가느다란 협서挾書 끝에 매달려 피는 주사朱砂

아득히 멀어지다 귀에 모인 안부인가

깊숙이 처마에 드는 가을볕의 잰걸음
- 「궁체 쓰는 가을날」 전문

우선 「궁체 쓰는 가을날」이라는 제목에서 시인의 고전 소양이 물씬 풍긴다. 여기에 “세로획”과 “옥판지”를 비롯해 “청묵”, “발묵” 그리고 “협서挾書”며 “주사朱砂”까지 마음으로 새기다 보면, 가을의 그윽한 시적 와유臥遊라 할 만하다.
실은 더 찬찬히 봐야 고전적 용어로 아우르는 가을의 궁체를 만날 수 있다. 궁체는 궁중에서 쓰던 궁녀들의 한글 서체로 조선 후기부터 더 많이 쓰인 단아한 글씨체다. 현대에 와서는 갈물 이철경이 궁체의 경지를 이루며 한글 서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린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궁체가 컴퓨터 글씨체에도 있으니 고전 속의 글씨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다만 붓을 잡아본 사람이면 “세로획” 잘 긋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이 대목에 한참 머물게 된다. 이화우 시인은 서예를 잘 알아서 “옥판지에 들어”선 “가지런한 세로획”을 불러냈을 것이다. 옥판지는 ‘폭이 좁고 두꺼우면서도 빛이 희고 결이 고운 고급 선지’니, 초장부터 펼치는 고전적 취향은 청묵靑墨과 발묵潑墨에 이르기까지 만만치가 않다. 발묵이 ‘먹물이 번지어 퍼지게 하는 산수화법’의 하나임은 알아도, “청묵”은 전문적인 용어인 까닭이다. 먹에서도 ‘늙은 소나무나 그 뿌리, 관솔 등을 태울 때 생기는 그을음을 아교로 굳혀 만든’ 송연묵이 약간 청색을 띠어 청묵靑墨으로도 부른다고 적시해야 단풍의 형상화가 더 오롯해지기 때문이다. 이 정도쯤 찾으면 “비질하는 청묵 속에 발묵으로 오는 단풍”으로 압축한 단풍 비유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 정수자(시인)

목차

제1부
이름 13/낙산공원 14/찌 15/단체사진 16/로드킬 17/사막, 그 뜻 18/청사포 19/검룡소 20/황지 21/묵 22/환절기 23/청미래덩굴 24/고래론論 25/조선인민군 우편함 4630호 26

제2부
새비재의 밤 29/천신薦新 30/화서花序 31/만곡彎曲 32/금령총 33/산음에 들다 34/연 35/수국을 보며 36/그 여름 자귀나무 37/장마를 견디다 38/적로笛露 혹은 적로赤露 39/성벽은 현을 두고 40/섬소년 41/골격 42

제3부
반추 45/볼음도 46/볼음도 달빛 47/전파 장애 48/파두 49/쿠니사격장 50/유무상생有無相生 51/재미없는 시조 52/귀로 54/남해 금산 56/봄 그림자 57/손돌목에 대하여 58/약속 59/첫눈 60

제4부
처서 지나고 63/상추씨를 받다 64/북 65/징 66/칸나 67/벼루 68/거돈사지에서 비박을 69/궁체 쓰는 가을날 70/난도 71/겨울 산역 72/소묘 한 점 73/열매 74/외출, 그 후 75/가을밤, 고향 집에 비 내리고 76

제5부
감은사지 79/비비새 울고 80/고목이 된 산수유를 부여잡고 81/부의주를 빚으며 82/피맛골에서 83/빗살무늬토기 84/갈돌 85/온달산성 86/북성포구 87/패覇를 걸다 88/미래는 미래를 89/이후라는 것은 90/한 끼를 소리로 먹었다 91/장항리 별사 92

해설 정수자(시인) 93

교환 및 환불안내

도서교환 및 환불
  • ㆍ배송기간은 평일 기준 1~3일 정도 소요됩니다.(스프링 분철은 1일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 ㆍ상품불량 및 오배송등의 이유로 반품하실 경우, 반품배송비는 무료입니다.
  • ㆍ고객님의 변심에 의한 반품,환불,교환시 택배비는 본인 부담입니다.
  • ㆍ상담원과의 상담없이 교환 및 반품으로 반송된 물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ㆍ이미 발송된 상품의 취소 및 반품, 교환요청시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ㆍ반품신청시 반송된 상품의 수령후 환불처리됩니다.(카드사 사정에 따라 카드취소는 시일이 3~5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ㆍ주문하신 상품의 반품,교환은 상품수령일로 부터 7일이내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ㆍ상품이 훼손된 경우 반품 및 교환,환불이 불가능합니다.
  • ㆍ반품/교환시 고객님 귀책사유로 인해 수거가 지연될 경우에는 반품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ㆍ스프링제본 상품은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 ㆍ군부대(사서함) 및 해외배송은 불가능합니다.
  • ㆍ오후 3시 이후 상담원과 통화되지 않은 취소건에 대해서는 고객 반품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품안내
  • 마이페이지 > 나의상담 > 1 : 1 문의하기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 : 070-4821-5101
교환/반품주소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 856 303호 / (주)스터디채널 / 전화 : 070-4821-5101
  • 택배안내 : CJ대한통운(1588-1255)
  • 고객님 변심으로 인한 교환 또는 반품시 왕복 배송비 5,000원을 부담하셔야 하며, 제품 불량 또는 오 배송시에는 전액을 당사에서부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