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통하지 않는 세상,
모든 말은 변명이 된다!!
경찰관 K는 철저히 이성적이고 주체적인 인물로, 인간관계와 조직 생활에서도 자신을 객관화하며 살아간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조차 관조하지만, 이성적일수록 자신의 생활세계인 사회와 조직 내에서 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순을 겪는다.
경찰 조직 내에서 순탄히 커리어를 쌓아가던 그는,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조직 내 파문을 겪게 된다. 그의 말과 행동은 왜곡되어 해석되며, 직속 부하들과 조직 내 다양한 인물들에 의해 비난과 심판의 대상이 된다. 그곳에는 정의롭지 못한 자, 아부하는 자, 시기와 질투에 찬 자들, 생존에 능숙한 자들이 뒤섞인 복잡한 인간 군상이 존재한다.
경찰관 K는 조직 속에서 자신이 소외된 존재임을 절감하게 된다. 그의 고유한 주체성과 의도는 조직 내 권력 구조에 의해 무시되고, 결국 그는 자신이 설정한 기준과는 다른 운명에 갇히게 된다. 자신을 변호하려 하지만, 그의 외침은 ‘변명’으로 치부될 뿐이다. 그는 주관과 객관 사이의 불일치라는 헤겔의 "불행한 의식"에 빠져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경찰관 K는 이 파문을 통해 오히려 자신을 구속하던 사회적 틀에서 해방되는 계기를 찾는다. 비록 현실적인 고통과 절망 속에 있더라도, 경찰관 K는 자기의 운명을 수긍하면서 자신의 성격적 개성과 객관의 인식 차를 인정하는 더 ‘큰 변명’에서 위안과 자유를 발견한다. 그리하여 가장 이성적이던 사람은 원시적이고 감각적인 삶을 꿈꾸며, 변해버린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간다.
전용찬 작가의 소설 『변명』은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찾고자 하는 탐구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K를 통해 행복과 불행, 이기적 생존과 처세, 갈등과 폭력이 얽히고설킨 인간사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것이 어떻게 현실에서 해체되고 재구성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타자에 의해 규정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고통스러운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군상의 이기심과 추악한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는 주체성과 타자의 경계, 불가피한 타자와의 갈등 속에서 어떻게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