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구구단은 왜 외워야 해요? | 수학 공부의 통념을 깨뜨리다
구구단은 아이들이 수학을 공부하면서 만나게 되는 ‘첫 번째 허들’이다. 그래서 속칭 "구구단은 떼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부모 세대, 더 나아가 조부모 세대 때부터 구구단 암기는 자연스러운 수학 공부의 시작이었다. "이일은 이, 이이는 사, 이삼은 육, ..." 과 같이 구구단을 노랫말 삼아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흥얼흥얼 암기했다. 2단부터 9단까지 체계적으로 순서를 지켜가면서 외우고, 빠짐없이 정확하게 잘 외웠는지 확인하기 위해 순발력 테스트를 보기도 했다. 이렇게 구구단을 외우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면, 수학은 암기 과목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들어와 박힌다. 구구단을 왜 외워야 하는지 질문할 새도 없다. 구구단 암기는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에.
하지만 구구단만 외운다고 수학 공부가 끝나지 않는다. 구구단을 외우고 나면, 뒤이어 초중고 시절을 수놓게 될 수많은 수학 공식이 두 팔 벌려 우리를 기다린다. 분수의 통분 공식, 넓이와 부피 공식, 피타고라스의 정리, 인수분해 공식, 근의 공식, 미분 공식, 적분 공식, 삼각함수 공식, 극한 공식, 로그 공식, 경우의 수 공식 등 수많은 공식이 우리에게 도대체 언제쯤 수학을 포기할 거냐고 말을 건넨다. 그러다가 공식 암기에 실패하면, 그 길로 수포자가 되어버린다. 심지어 이 공식을 모조리 암기하더라도 대학에 입학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대부분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리고 만다. 결국 열심히 암기하든, 암기에 실패하든 상관없이 언젠가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릴 공식 암기를 위해 우리의 시간과 노력은 낭비되고 있다.
깨봉수학의 창시자, 조봉한 박사가 구구단을 떼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수학을 잘할 수 있다는 오랜 통념에 의문을 품고, 조심스럽게 도전장을 내민다. "구구단을 외우지 않는 아이의 생각법"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메시지를 통해, 암기보다는 의미로 배우고 이미지로 이해하는 사고에 초점을 맞춘다. 조봉한 박사가 이런 메시지를 내놓게 된 배경에는 Chat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을 꼽는다. 그동안 수학 공부가 입시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암기 위주로 배우고 모조리 잊어버리더라도 그것이 괜찮은 것처럼 살았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인간에게 기계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인 암기나 단순 계산에서의 경쟁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그렇게 수학을 공부하면 이제는 더 이상 괜찮지 않다.
어려우면, 이미 아는 것으로 | 문제 해결 능력의 핵심을 꿰뚫다
조봉한 박사는 지난 강연과 책을 통해 지금껏 쭉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수학 공식을 외우면 절대 안 되고, 의미와 이미지로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 책에서 조봉한 박사는 우리 아이들이 수학에서 가장 처음 맞닥뜨리는 공식인 구구단을 소재로 어떻게 문제 해결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소개한다. 문제 해결 능력은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어려우면 왜 어려운지 질문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능력이다. 어려운 문제를 이미 아는 것으로 바꾸는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문제 해결 능력이란 주어진 문제에서부터 답까지 모든 과정을 온전히 자신만의 논리로 끌어내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수학을 잘하려면, 단순히 공식이나 계산법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공식 속에 숨어 있는 원리를 깊이 있게 이해해야만 한다.
이 책은 구구단을 암기하지 않고도 어떻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소개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구구단 학습은 2단부터 9단까지 순서대로 체계적으로 암기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구구단의 핵심을 "십의 개수 찾기"로 설명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십에 가까운 수", "십과 관련이 있는 수"의 곱셈을 먼저 배운다. 이렇게 구구단을 원리로 깨우치는 깨구단 과정을 통해 구구단을 배우는 목적, 덧셈과 곱셈의 원리, 숫자 사이의 관계 등을 의미와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된다. 원리로 꿰뚫으면, 확장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어려워 보이는 연산도 이미 알고 있는 쉬운 것으로 바꿔서 생각하면, 8 × 8과 98 × 98은 더 이상 다른 계산이 아니다.
이미 외웠다면, 기초부터 다시 | 엄마 아빠부터 다시 점검하다
8 × 8을 물어보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64라고 답하지만, 98 × 98을 물어보면 갑자기 천장을 쳐다보며 머뭇거리게 된다. 설마 미리 98단까지 외우지 못해서 자책하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혹시 8 × 8이 왜 64가 되는지 물어보았을 때,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면 기초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조봉한 박사는 구구단을 처음 배우는 초등학교 2~3학년 어린이를 위해 이 책을 썼지만, 그에 앞서 이미 구구단을 외웠던 학부모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도 썼다.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수학을 교육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아이보다 먼저 이 책을 읽길 권한다. 학창 시절 수많은 공식에 치여 수포자가 될 수밖에 없던 부모였다면, 이 책은 수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부모가 먼저 이 책을 통해 구구단의 의미를 이해하는 맛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 아이도 구구단을 암기하지 않고, 충분히 이해하면서 학습할 수 있다.
구구단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이 책은 두 자릿수 곱셈까지 다루고 있어, 4학년 이상 학생들에게도 꽤 유용하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이라면,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배웠던 구구단을 재구성할 수 있다. 스스로 재구성하면서 숫자 사이의 관계를 깨달으면, 더 이상 수학을 암기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앞서 설명했던 수학을 배우는 목적인 문제 해결 능력도 자연스럽게 얻는다. 이미 구구단을 외웠다고 해도 아직 늦지 않았다. 이 책이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