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세계 곳곳에 꽁꽁 숨어있는 할아버지의 그림 찾아보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여운 예술품은 무엇?”
어느 날, 마고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할아버지의 작품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할아버지는 아틀리에가 없이 그림이 전시될 장소에서 바로 작품을 만든다나 봐요. 먼저 파리의 퐁피두 미술관에 왔습니다. 전시된 그림들 옆에는 그것을 그린 화가와 다니엘 뷔렌 할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 아래위로 나란히 붙어있는데, 할아버지 그림은 보이지가 않네요. ‘왜?’일까요. 다른 그림들 뒤에 줄무늬로 숨어있기 때문일 거예요.
높은 빌딩들이 늘어선 미국 뉴욕에 왔습니다. 건물들 사이로 네모꼴 줄무늬 깃발들이 펄럭이는데, 건물 안 전시장에 들어와서 보니 그 깃발들이 그림이 되고 싶어 격자창 안으로 들어왔네요. 이번에는 영국의 한 호숫가에 왔습니다. 호수 위에는 알록달록한 줄무늬 돛단배들이 떠다니는데, 전시장 안으로 들어와 보니 벽속으로 돛단배의 돛이 그림이 되어 항해하고 있었습니다.
옛날, 시카고 기차역이었던 전시장입니다. 전시장 안은 텅텅 비어있는데, 그렇다면 할아버지 작품은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요? 마침 커다란 격자창 너머로 기차가 들어오고 그 기차의 ‘문’이 바로 할아버지 작품 〈문을 보세요〉가 되는 거예요. 프랑스의 한 커다란 미술관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한쪽 벽은 창문, 나머지 벽 세 개는 거울로 장식되고 전시장은 텅텅 비어 있었어요. 그런데 빛이 비치자 창문 밖 마을 풍경이 거울에 반사되어 전시장 안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는 거예요. 마을 풍경 모두가 그림이 되어 텅 빈 공간은 가득 채운 거지요.
이처럼 마고 할아버지 작품은 세계 곳곳에 줄무늬(또는 줄기둥), 마름모꼴, 네모꼴, 둥근 원, 격자창, 뾰족탑 따위의 형태로 어떤 특정한 장소나 공간에 색채와 빛 따위에 따라 오묘하게 움직이는 듯 배치ㆍ 배열한 것인데, 마고는 할아버지의 작품 만드는 과정과 솜씨, 그리고 특성 따위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작품을 금방 찾아낼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뷔렌 할아버지가 만든 작품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은 무엇일까요? 할아버지는 “예술과 재미있게 노는 우리 마고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여운 예술품이란다.” 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이 책이 발간되자 국내의 한 국제학교에서
이 책을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새로운 교과서라 여겨
전교생에게 읽힌 이유는
어릴 때부터 예술을 이해하고 즐기는 것이
이제는 교양을 넘어 필수 지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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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말 부록-
작품 감상과 아틀리에- 삶의 현장 곳곳에 꽃핀 예술혼
원래 설치미술은 회화나 조각처럼 이미 완성된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장소나 전시공간을 고려하여 제작된 작품과 공간이 총체적인 하나의 환경을 이룸으로써 그 자체가 작품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장치미술이라고도 하지요.
따라서 설치미술은 설치되는 장소가 작품 못지않게 중요하며, 어떤 재료라도 이용하여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을 동원하여 관람 ㆍ 감상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별책부록에서도 보듯이 어느 장소이든지 설치미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원이나 도로의 펜스, 길모퉁이, 가판대, 건물의 벽면, 드넓은 광장, 건물의 천정, 옥상 등은 물론 하늘 ㆍ 땅 ㆍ 바다 등 무한한 자연환경의 모든 영역이 설치미술의 전시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음향기기를 설치하면 물, 바람, 새소리 따위를 들을 수 있으며, 짐승 가죽이나 새털을 태우면 고약한 냄새도 맡게 될 것이고, 또 누군가 전시장 안에서 마시고 씹는 행위를 하면 달고도 시고 쓴 맛도 볼 수도 있겠지요. 특히 설치미술에는 관람자가 직접 참여할 수도 있으므로, 이 별책부록 뒤쪽에 제시된 그림에 색연필이나 사인펜을 들고 마음껏 색칠을 해볼까요?
자, 여러분들은 뷔렌 할아버지의 줄무늬 띠로 무엇을 하고 싶나요? 여러분의 삶의 곳곳에 아름다운 꿈과 예술혼을 활짝 꽃피워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