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가장 중요한 철학자가 나 자신이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더 나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이 중요한 질문들은 여전히 우리 삶에 화두를 던진다. 인생론을 주제로 한 수많은 책이 철학자의 이론, 특별한 삶을 통해 얻은 개인의 통찰, 종교적 교리에 기반한 선 등을 중심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전달하며, 삶의 방향을 정하는 기준을 만든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아라’,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해라’와 같은 구체적인 답을 전달하는 책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우리가 스스로 고심하고 따져보고 선택한 것일까? 그렇게 살기로 한 이유를 본인의 언어로 스스로 말할 수 있는가? 우리 각자의 삶에 적용하고 녹일 수 있는 것일까?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는 이 고민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금껏 읽고 모아온 생각을 윤리 철학의 핵심 원리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고찰하여 더 단단하고 주체적인 삶의 철학을 만들어보자고 독자들에게 제안한다.
윤리 철학 신드롬을 일으킨 화제의 명강의
자신감 넘치는 삶을 완성하는 실전 철학 공식을 만나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이론과 통찰을 기반으로 답을 정해나가며 삶에 대한 특정한 메시지나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근본을 지탱하는 질서가 어떤 원리를 통해 만들어졌고, 그 안에 인간들의 어떤 믿음과 약속이 있고, 우리의 권리와 인간다움을 어떻게 지켜주고 있는지 차근차근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회의 정의’, ‘개인의 자유’, ‘친밀한 관계와의 사랑’이라는 윤리 철학의 세 가지 기둥으로 이를 명쾌하게 설명하며,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상 모든 일의 질서를 마법처럼 해독하고, 그 안에서 가장 나다운 선택이 무엇이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끈다.
세상 모든 사람을 철학자로 만들어줄 세 가지 기둥
사회의 정의, 개인의 자유, 친밀한 관계와의 사랑
윤리 철학에서 다루는 것은 대부분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거나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등,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런 것들을 배운다. ‘인간관계’에 주목하는 건 윤리 철학의 첫 시작인 것이다
우리 한 명 한 명은 타인과의 관계를 떼어내고 생각하면 모두가 각각 ‘개인’이다. 개인의 개(個)는 낱으로 된 물건을 뜻하기 때문에 개인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진 것을 말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윤리학에서는 타인과의 관계가 없이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관계의 중요한 방식 중 하나로 간주한다. ‘개인’은 인간관계의 아주 중요한 한 축인 것이다.
그런 개인이 모인 것이 ‘사회’이다. 굉장히 멀고 얄팍한 관계라 할 수 있는 사회는 기본적으로 서로 타인인 사람들끼리 모인 관계이다. 사회 안에서 인간은 모두 동등한 존재로 취급되고, 개인은 그중 하나가 된다. 나 자신을 제대로 생각하려면, 내가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가장 ‘나다운’ 것을 찾으려면 나 자신을 사회 속에 제대로 위치시켜야 한다. 이런 면에서 ‘사회’는 ‘개인’과 함께 중요한 축이라 여겨진다.
기존 윤리학은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생각해왔다. 윤리학자 중에서도 벤담은 사회 중심이었던 반면, 칸트는 개인을 기반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지금 우리의 복잡한 삶을 아우르기엔 충분하지 않다. 우리 한 명 한 명은 개인이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타인과의 관계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사회이고, 또 하나는 가족과 친구와 같은 ‘친밀한 관계’이다. 이 친밀한 관계는 나의 삶을 보완하고 완성하는 아주 특별한 관계이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는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개인, 사회, 친밀한 관계, 이 세 가지 관계 안에서 모두 설명한다. 사회, 개인, 친밀한 관계를 각각 정의, 자유, 사랑과 대응하고, 간단하고 명료하게 패턴화하여, 언제 어느 순간이든 바로 적용해서 활용할 수 있는 마법의 공식으로 제공한다. 여기서는 간략하게 사회의 정의를 주제로 예시를 하나 살펴보자.
시험을 채점하는 가장 올바르고 정의로운 방법
우리가 학교 교사가 되어 학생들의 시험을 채점한다고 가정해보자. 시험과 채점은 학교라는 ‘사회’ 제도의 일부이다. 시험을 보는 사람은 각각의 ‘개인’이지만, 채점하는 사람은 개인이 아니다. 여기에 가족이나 연인과 같은 ‘친밀한 관계’는 개입되지 않는다. 그럼 채점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시험에서 성적을 매기는 것은 ‘사회’ 제도의 일부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정의’가 중요하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단계이다. 먼저 개인, 사회, 친밀한 관계 세 개 중에서 어느 영역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정의에는 세 가지 패턴이 있다. 이 책은 정의를 조정의 정의, 균형의 정의, 분배의 정의로 패턴화한다.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니 책을 읽고 구체적인 개념을 확인하기를 권한다. 일단 여기서는 간략하게만 살펴보자. 그럼 채점은 어느 패턴일까? 이 경우 죄에 맞는 처벌을 주는 것도 아니고, 물건을 주고받는 교환도 아니다. 채점을 하는 교사는 사회를 대표하고 수많은 학생에게 점수를 준다. 이것은 분배의 일종이다. 그래서 “선생님, 머리 벗겨지셨네요”라고 비난한 학생이 괘씸하다고 점수를 깎는 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채점에서 조정의 정의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선생님, 이번 시험은 자신이 없으니까 20점만 더 주세요. 1점당 10만 원 드릴게요”라는 학생의 말에 점수를 더 줘서도 안 된다. “너무 싼데 더 뭐 없을까?”라며 교섭해도 안 된다. 가치가 동등하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이건 교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단계에서도 정의의 세 가지 패턴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분배의 경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모든 학생에게 일률적으로 같은 분배를 할 것인가, 각각 차등 분배할 것인가. 시험 채점의 경우에는 일률적인 분배는 안 된다. 공부한 사람도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같은 점수를 받는다면, 공부한 사람에게는 억울한 일이 되고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뜻밖의 이득이 되어버리는 부당함이 발생한다. 그래서 공부를 제대로 한 학생에겐 좋은 점수를 주고 공부를 안 한 학생에게는 그에 맞는 점수를 줘야 한다.
‘당연한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 생각이 맞다. 그 당연한 것을 사회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로 정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윤리 철학의 기본이 몸에 밴 상태라서 평소에는 별로 망설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평소에는 추상적이고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던 당연한 일이 사실은 지금처럼 단계적인 판단, 일종의 절차를 거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답을 찾는 건 쉽다. 하지만 판단의 이유를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윤리 철학의 정수는 답을 찾는 것을 넘어 이유를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자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삶이 여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열 번 바른 판단을 해도 한 번 잘못하면 흔한 말로 ‘나락’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순간에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공식을 가진다는 건 강력한 무기를 얻은 것과 같다.
도덕적 혼란이 가득한 시대
평생을 곁에 두고 활용하는 강력한 무기
구체적인 답을 주는 인생론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고 말해주니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어 편하고, 고고한 철학자의 권위와 이론은 지적, 역사적 무게만으로도 매혹적 끌림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삶의 답은 다른 누군가가 정해줄 수 없다. 그냥 맞는 것 같아서 정하고, 마음이 동해서 선택한 누군가의 생각을 좌우명으로 삼았다가, 어느 날 내 상황과 맞지 않으면 손바닥 뒤집듯이 다른 책을 찾아볼 것인가? 내 삶과 상황에 딱 맞는, 나를 대변하는 책을 찾다가 평생을 허비할 것인가? 진부한 말이지만 어떻게든 스스로 고심하고 따져본 삶의 기준만이 당신을 구원한다.
이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내 생각의 근원부터 인간 사회 전체의 질서까지 폭넓게 살피며, 거대한 생각의 틀을 선사한다. 인간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파악하고, 나에게 일어나는 상황의 원인을 이해하여, 모든 판단의 순간에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판단을 한 이유를 나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힘을 갖추도록 이끈다. 나 자신이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 납득하고 이해하고 결정한 삶의 방향과 이유는 타인의 생각으로 얻은 또는 추상적인 경험에서 얻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자신감과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