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나와 너 우리 모두의 문제
바야흐로 기후 위기의 시대다. 섭씨 40-50도를 넘나드는 폭염, 몇 개월째 지속되는 가뭄, 한반도 면적을 넘어서는 초대형 산불, ‘물폭탄’이라고 부를 만한 폭우, 점점 더 자주 강하게 발생하는 태풍……. 평상시 기후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는 기상 현상, 30년에 한 번 정도 나타나는 기상 현상을 일컫는다는 ‘기상 이변’이 지구촌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치고 우리의 삶은 이전과 크게 다름없다. 뉴스 미디어를 통해 연일 들려오는 전 세계의 기상 이변 소식을 듣다 보면 지금 당장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에 비해 우리는 너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이 무심히 타자화되듯 오늘날 기후 위기의 소식 또한 너무 쉽게 ‘남의 얘기’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진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아울러 기후 변화는 문제의 원인이 발생하는 시점과 결과가 나타나 문제로 인식되는 시점 사이에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을 더욱 무디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금 발생하고 있는 온갖 기상 이변은 인류가 200여 년 전부터 화석 연료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며 산업화를 이룬 결과라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인류가 화석 연료 기반의 산업 구조를 유지한다면, 기후 변화는 더욱 가속화하고 수많은 사람의 삶의 터전과 목숨을 앗아가는 기상 이변은 더욱 확대되어 인류는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모두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지구 생태계의 일원이다. 기후 위기는 생태계, 경제, 식량, 질병과 전쟁의 위기로 이어지고 인간을 포함한 지구 모든 생물들의 삶을 병들게 한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부자와 빈자, 기성세대와 미래세대 등 각자가 속한 위치에 따라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오늘날 산업화의 편리를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기후 위기에 책임이 있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 나의 삶이 안녕하다고 기후 위기를 나와 상관없는 남의 얘기로 인식하면 안 되는 이유이다. 또한 오랜 시간 경제성장을 우선 가치로 알고 살아온 저자가 미래 세대인 청소년에게 빚진 마음으로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에너지 전환, 지구를 살리는 변화의 움직임
에너지의 역사는 인류 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인류는 화석 연료(석탄과 석유)를 에너지 자원으로 하는 두 번의 산업혁명을 통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화석 연료를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게 되면서 엄청난 편리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인류가 풍요로움에 취해 있는 동안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생태계는 병들어 갔다.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가 어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지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부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제조업 중심의 한국의 경우 에너지 부문이 80%를 넘으며 그중에서도 전환(발전),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우 높은 편이다.
기후 위기의 원인이 분명해진 만큼 인류는 이제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의 역사를 써 내려가야 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고갈 위험이 없는 재생 에너지, 인류와 지구가 공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하고 확대해 나가는 ‘에너지 전환’을 실천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책은 아니지만, 가장 주요하고 시급한 대응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에너지 전환을 실천하는 ‘기후 시민’으로 이끄는 친절한 지침서!
에너지 전환을 다룬 기존의 도서들은 에너지 산업의 현황을 보여 주는 복잡한 통계 자료나 에너지 자원별 발전 이론 등을 담은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관련 종사자들을 제외한 일반 독자들이 보았을 때는 에너지 전환이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히 연결된 일이며, 기후 위기의 대응책으로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일임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후 위기 시대에 에너지 전환이 왜 주요한 대응책이 될 수 있는지’ 일반 독자들이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고자 힘썼다. 미래 세대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에게 기후 위기 시대에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알리고, 기후 시민으로서 에너지 전환에 동참함으로써 지구와 건강하게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자 노력하였다.
책에는 기후 변화의 원인과 결과, 탄소 중립의 필요성, 에너지의 개념과 역사, 전기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과정, 신재생 에너지의 개념과 발전 원리, 한국 전력산업의 구조와 개편 방향, 분산 에너지 시스템과 스마트 그리드 등등, 독자들이 에너지 전환을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 알아야 할 내용들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상세히 담겨 있다. 또한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나라와 그곳 시민들의 사례, 기후 시민으로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 기후 위기 시대에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녹색 일자리에 관한 내용 등도 담겨 있다. 아울러, 각 장의 끝에는 기후 위기 시대를 이야기할 때 자주 오르내리는 ‘기후 정의’ 문제, 바다 생태계의 파괴 문제, 내연기관차와 전기자동차의 특징과 차이, 원자력 에너지의 위험성, 신재생 에너지의 경제성 이슈 등이 별도의 면으로 쓰여 있어 청소년 독자들에게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에너지 전환은 각국의 자연환경이나 에너지 자원, 산업 구조 등에 따라 다르게 구현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자국에 적합한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정부나 기업과 협력하여 법적ㆍ제도적 장치, 기술적 시스템 등을 탄탄히 갖추고 이끌어 가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수반되지 않으면, 에너지 전환은 결코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이 책이 독자들을 에너지 전환을 실천하는 ‘기후 시민’으로 이끄는 친절한 지침서로서 기능하길 소망한다. 그리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힘쓰는 기후 시민, 국가와 지역사회의 에너지 전환이 지구의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감시하고 참여하는 기후 시민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