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관혁(58·사법연수원 26기)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임관혁이 쓰는 인문학 속의 법’을 출간했다.
총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2023년 3월부터 2024년 7월까지 1년 4개월간 법률신문에 연재한 50편의 칼럼을 엮은 것으로, 연재에 포함되지 않았던 10편의 글을 추가해 완성도를 높였다. 법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책에는 임 전 고검장의 풍부한 법조 경험과 인문학적 통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임 전 고검장은 책 출간과 관련해 “그동안 인문학과 법은 따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었고, 법은 법률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었다”며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던 중 연재 제안을 받고 법이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쉽고 유익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AI가 우리 삶에 많은 편익을 주지만, 책임소재와 프라이버시 침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제 인문학과 법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며, 두 학문을 융합해 사고하는 능력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전 고검장은 연재 마지막 편에서는 법률가의 덕목으로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제시하며 “법률가는 이성과 감성을 겸비해야 하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관혁이 쓰는 인문학 속의 법’은 단순한 법 해설서가 아닌, 법과 인문학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이다. 법률가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익한 지침이자 깊은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서울동부지검장·대전고검장·서울고검장 등을 역임하며 바쁘게 일하면서도 틈틈이 메모와 기행문을 남겼고, 오랫동안 읽어온 책들에서 영감을 받아 칼럼을 작성했다. 책에 담긴 글들은 단순한 법적 해석을 넘어, 역사·철학·예술적 맥락 속에서 법적 문제를 풀어나가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책에서는 대표적인 신여성 나혜석의 위자료 청구와 박인덕의 이혼 소송 같은 한국의 사례부터, 맥도날드 커피 소송과 트럼프 명예훼손 소송 등 해외 사례까지 다루며, 법이 인간관계를 규율하는 인문학의 일부임을 설명한다.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은 추천사에서 “억지 부리지 않고 윽박지르지 않은 맑고 깔끔한 문장, 끝까지 편안하게 책을 읽게 한다”고 평했다. 이어 “독자들은 이 책에서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발견하고, 든든한 마음의 지원자를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남 논산 출신인 임 전 고검장은 대전 보문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이후 부산지검·대전지검·수원지검 검사, 대전지검 공주지청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1부 부장검사, 부산지검 특수부장, 서울고검·광주고검 검사, 서울동부지검장, 대전고검장, 서울고검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 11월에는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장을 맡았다.
임 전 고검장은 STX그룹 분식회계 및 로비 사건, 이명박 정부 하베스트 인수 사건 등을 수사하며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7월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으나 동기인 심우정 법무부 차관이 내정되면서 사의를 표명하고 지난 9월 검찰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