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슬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세대를 뛰어넘어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와 응원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연작들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1980년대 기찻길 마을을 배경으로, 다섯 명의 또래 아이들이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에 이르는 시기를 그려냈다.
치매를 앓던 할머니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는 ‘수’(「기찻길을 달리는 자전거」), 울창한 대숲에 웅크려 앉아 가느다랗게 늘켜 우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버지를 미워해도 되는 건지 자문하게 된 ‘준’(「어느 날 대숲에서」), 으레 이야기는 행복하게 끝나기 마련인데 삶은 상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영’(「가난한 이야기」), 무덤덤하기 그지없던 가족들이 어딘가에서 얼굴을 돌린 채 울면서 살아왔음을 알아차린 ‘민’(「소가 오지 않는 저녁」), 그리움이란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고 잃어버리고 없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라는 걸 깨닫게 된 희(「손금」)까지 예민하고도 혼란한 시간을 겪어내는 다섯 아이의 성장통을 담담한 어조로 그려냈다. 작가는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슬픔의 첫 순간들을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공감과 더불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주인공들 외에도 이 책에는 가족, 이웃, 친구와 같은 주변 인물들도 골고루 생명력을 가지며 작품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티격태격 장난이나 풋사랑의 설렘을 나누기도 하고 서로의 비밀을 지켜주는가 하면, 어른들이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이야기에서 알 수 없는 삶의 비밀을 엿듣기도 한다. 작품은 시종일관 서정적으로, 때론 유쾌하게 전개되지만 그 한편에는 도시로 사람들이 떠나가며 허물어져가는 농촌의 풍경이라든가 폭력적인 아버지, 시위에 나갔다가 정신이 이상해져서 돌아온 형, 미국에 입양된 아픈 동생을 그리워하는 오빠 등 시대의 굴곡과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그 시절 기적을 울리며 캄캄하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기차는 고향을 떠나 도시 주변부에서 고단하고 비틀린 삶을 살아가는 인생들의 앞날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삶의 기적을 기대하게 하는 희망을 품고 있기도 하다. 다시 터널 앞에 선 작가는 이 작품에서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터널을 지나 미지로 나아가는
너를 기억하고 기다리는 기적 같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