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한 단어로 딱 잘라 정의하기란 어렵다. 그 속에 무수히 많은 장면이 있고,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각 찰나에 존재하는 생각과 감정까지 고려한다면 삶을 한 단어로 정의하는 것은 어쩌면 무용한 행위이지 않을까.
김현지 작가의 작품은 엄마와 딸, 연인, 상사와 직원 등 다양한 관계의 꼴을 통해 삶의 장면 속 미묘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조명한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룰 때 의무와 유대, 물질과 감정의 관계, 헌신과 희생이라는 빛을 사랑에 대어보며 속성과 모양을 비추어보는 것이다.
김현지 작가의 ‘데뷔작’ <엄마의 택배>
투명한 감정의 파도를 유영하다.
김현지 작가의 소설집 <엄마의 택배>는 고유출판사 공모전 수상작(엄마의 택배, 인연)을 포함해 총 다섯 편의 소설과, 글과 소명에 대한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한 편이 수록되어 있다. 김현지 작가는 종국에는 소멸될 파도처럼 순간의 투명한 감정들이 자신에게 휩쓸려 올 때, 심지어는 집어삼키려 할 때를 예민하게 감각해 이를 소설 속에 담뿍 담아냈다.
사는 일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이 얽히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타인이지만 반드시 나와는 무언가로 연결되기 마련인 가족, 친구, 연인, 동료, 이웃들과 오해와 이해, 불신과 믿음, 멸시와 연민, 희생과 인내, 거부와 수용, 상처와 화해 등을 주고받으며 세월을 걷는 일 말이다. 그러니 인간은, 그런 일들에 휩쓸려 요동쳤다 잔잔해졌다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엄마의 택배 소설집, <나의 글, 나의 소명>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