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커녕 전화기도 발명되기 이전,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소통했을까?
‘미디어’(매체)라는 말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 존재는 추정할 수 없을 만큼 오래되었다. 이 책은 오늘날 미디어로 정의되지 않더라도 당시 사람들의 소통에 기여했던 도구들을 미디어로 재해석하면서, 그 본질을 더 뚜렷이 보여 준다. 요컨대, 문자와 교통이 발달하기 이전에도 사람들은 소통의 필요를 강하게 느꼈으므로 여러 가지 도구를 개발했고, 그것들 모두 그 자체로 미디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불을 피워서 먼 곳에서도 연기 신호를 볼 수 있도록 한 ‘봉화’, 고대 그리스에서 마라톤 전투 승리 소식을 사람이 직접 달려가 전한 것으로 유명한 ‘전령’, 역참에 말을 두고 급히 소식을 전할 때 타고 다니던 ‘파발’, 둥지로 되돌아가는 귀소본능을 이용해 비둘기의 다리에 쪽지를 묶어 날리던 ‘전서구’ 등이 있다.
커피하우스의 종이신문이 지배하던 언론에서
개인의 관심사에 맞춰진 SNS 콘텐츠로
이후 문자가 발명되면서 사회적 소통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은 신문이다. 이로부터 본격적인 언론의 역사가 시작됐다. 각 가정마다 신문이 배달될 만큼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지금으로 치면 일종의 카페와 비슷한 ‘커피하우스’에 비치된 신문들을 보며 손님들끼리 사회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이제 매일 아침 신문으로 소식을 접하는 사람의 수는 많이 줄었고, 그 대신 스마트폰으로 포털사이트나 SNS로 구독하는 계정이 보여 주는 뉴스를 빠르게 훑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제공하는 ‘쇼츠’, ‘릴스’(짧게 무한히 재생되는 영상) 등으로 입맛에 맞게 가공된 콘텐츠만 보는 경우도 많아졌다.
미디어의 변화에도 여전히 중요한 미디어 리터러시와
가지를 뻗어 나가는 최신 미디어 직업들
신문의 시대에는 판매 부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 가짜 기사를 싣는 ‘황색 언론’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유튜브나 각종 SNS들을 통한 신상 털기와 ‘사이버 렉카’ 등의 폭력, 인공지능 기술을 악용한 ‘딥페이크’ 성범죄 등 문제가 더욱더 심각해졌다. 그렇다고 부작용이 많은 미디어 생활을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청소년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다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중요한 과제이다.
이 책은 미디어의 진정한 의미와 종류, 각각의 변화 양상을 짚어 가면서 독자가 자연스럽게 그 중요성과 소중함을 인식하도록 만든다. 또한 사람들의 소통 욕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즉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사회변화에 맞춰 가지를 뻗어 나갈 미디어 관련 직업들을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1인 미디어 창작자’, ‘디지털 서비스 기획자’ 등은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들이다. 현재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저자는 그 수많은 직업들 중 미래에도 존재 가치가 높으며 나 자신과 맞는 직업은 무엇일지 깊이 있게 고민하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