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사진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철거 예정지, 여인숙의 달방(월세방)에 직접 머물며 이 소설들을 썼다. 작가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내부자의 시선’으로 실존의 진실을 기록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작가는 냉난방조차 불가능한 여인숙 달방에서 현재 4년 가까이 생활하고 있다.
「바다, 인간의 조건」은 지상에서 가장 가혹한 조건에 처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적 의미와 삶의 가치에 대하여 묻고 있다. 다시 말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공존과 상생을 꿈꾸는 작가의 희망을 ‘문자의 렌즈로 포착한 다큐’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가 함께 먹고, 자고, 싸우며 119구급차에 실려 가는 거처에서 혈육의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그들을 작가는 어머니, 이모, 형님, 누이, 아우, 삼촌들이라고 부른다. 두 편의 중편 소설 「별의 나라」와 「바다, 인간의 조건」은 그 가족들 이야기다. 또 한 편의 중편 소설 「금반지, 인간의 조건」의 중심인물 이 씨는 일제 징용과 한국전쟁에서 살아남아 평생 오일장 장터를 떠돈 장돌림 아버지다.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담겨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