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를 직업으로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장편소설은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는 환자와 보호자 사이의 이야기이다. 자신과 주변인의 삶에서 드러나는 사소한 사건들과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 감추어진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인간의 존재를 끊임없이 성찰한다.
‘지은이’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복지센터 소속으로 방문요양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새롭게 돌봄 서비스를 맡게 된 80대 할아버지를 찾아가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간 집은 보호자가 맞아주는데, 치매는 아니지만 웬만한 일들에 반응하지 않는 할아버지가 함께 살고 있다. 주인공은 매일 환자의 집에 방문하여 식사와 약을 챙기고, 말동무가 되어주고 산책과 병원 방문을 돕는다. 점심 무렵에 출근해서 함께 식사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두 노인과 함께하는 게 일상이 된 주인공은 그들에게 힘이 되고, 의지된다고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 세상은 코로나라는 역병이 온 나라를 삼켜 숱한 죽음들, 영원한 이별을 맞이한다.
사물을 포함한 존재의 의미, 먼지도 하나의 존재라는 생각, 참담한 현실, 왜곡되는 언어과 사색, 신앙에 관한 고찰이 이 책에서 진중하게 서술된다. 날마다 시작하고 날마다 미완성인 인생, 영원히 미완성인 인생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가 충만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