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격려사 일부 인용
1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
검은 머리 반백으로 물드는데
아직 나는 찬란히
떠오르는 빛이고 싶습니다.
-「석양을 바라보니」 일부
김영숙 시인은 고희(古稀) 즈음에 석양을 자주 바라보았던가 봅니다. 슬픈 듯 아름다운 노을에 자신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났던가 봅니다. 어렸을 때의 모습부터 청년기를 지나고, 바쁘게 사느라 중년기는 건너 뛰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 회상하였던가 봅니다. 반백의 머리에 애상적 정서가 투영되지만, 아직도 ‘찬란히 떠오르는 빛’이고 싶다는 시인의 간절한 소망이 작품에 담겨 있습니다.
시인은 좋은 작품 창작에 혼신(渾身)의 노력을 다합니다. 이는 시인의 길이고 또한 시인의 운명이기에, 도자기를 빚는 도공처럼, 자신의 심혼(心魂)이 담긴 시를 빚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그 작품이 자신의 마음에 들면 ‘도공의 초벌구이가 완성된 기쁨’에 젖습니다. 가족과 지인이 ‘참 좋다!’ 공감하면 하늘을 나는 것처럼 기쁠 터이고, 더 많은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하면 비룡승운(飛龍乘運)의 경지에 이를 터입니다.
이러한 기대로, 고희를 기념한 문집 『문수전에 오르다』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극복하며 살아온 세월, 그 세월이 빚은 작품을 감상하기로 합니다.
2.
곱던 얼굴 눈가에
세월이 그어 놓은 실안개
속눈썹 내리깔고
고이 모아 합장한 손
“육자 대명 왕진언
옴마니 반메훔”
미천한 중생
두터운 업장 벗길 수 없어
빗물처럼 두 볼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
-「법당」 전문
김영숙 시인이 2001년에 《오늘의문학》 신인작품상에 응모한 10여 편의 작품을 감상한 바 있습니다. 그 중에서 5편이 선정되었는데, 긴 호흡의 작품들 중에서 간명한 작품 1편이 바로 「법당」입니다.
이 작품의 핵심 제재(題材)를 담은 단락은 5행과 6행의 〈육자 대명 왕진언/ 옴마니 반메훔〉입니다. 즉 여섯 자로 되어 있는 진언 중의 진언인 바, 〈옴(우주의 근원적인 소리) 마니(마니주와 같이 보배로운 구슬) 반메(붉은 연꽃) 훔(성스러운 소리)〉으로 분석되지만, 하나로 붙여서 주문처럼 외거나, 의미를 살려 띄어 외어도 무관합니다. 불자들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등을 외거나 ‘할’ 하듯이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놓는 탄성(歎聲)이기 때문입니다.
김영숙 시인은 불교 신자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불교 관련 언어를 시 창작에 활용합니다. 그리하여 시의 품격을 높이기도 하고, 진실을 추구하며 마음을 비우는 자세로 허정지심(虛靜之心)을 지향합니다. 또한 시인은 불심과 함께 추억의 곳간에서 오롯한 정서를 찾아 아름다운 작품을 빚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