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비행』은 시우(詩友)들이 함께 엮은 시집
시집 한 권을 펴내는 일은 아무리 출간이 쉬워진 시대라 해도 여간 까탈스럽지 않다. 모든 책이 그렇듯이 독자들이 있기 때문인데, 세상에 나온 시집이나 저작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미리 짐작해 보면 누구든 잠을 설칠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한 시우(詩友)들과 함께 의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다른 시인들이 부러워할 만한 일이지 싶다. 그 흔적이 ‘이화섭 시집 「정지비행」을 읽다’라는 말미의 발문(跋文)들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대개의 시집에서 활발한 비평가나 가까운 문인들이 맡는 ‘작품 해설’을 대신하여 실린 시우(詩友)들의 발문을 보면서 다시 한번 낭만이 충만했던 조선시대의 시회(詩會)를 떠올려 봤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이화섭 시인이 ‘시인의 말’에서 밝힌 〈심상〉 등단 소감과 시집 출간 후 피력한 짧은 감회를 시우(詩友)들의 발문에서 발췌한 글과 함께 옮긴다.
깊숙한 곳의 소중한 울림을/ 너무 오랫동안 외면해 왔다./ 남의 얘기만 전하며 젊음을 다 떠나보냈다./ 비로소 나의 얘기를 적어가는 시간이 왔다. 이왕 떠나는 여행을 기꺼운 마음으로 즐기려 한다.
시인의 말·〈심상〉 등단 소감
내 영혼의/ 날숨과 들숨을/ 詩로 적었습니다./ 나의 숨소리를 듣고/ 한 줌의 위안이라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하루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화섭 시인
이화섭의 『정지비행』은 글로벌 경쟁 시대의 세속적인 정지비행이 아니라 잃어버리고 잊힌 것들, 소외된 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라는 데서 시적 주제와 소재 그 대상에 독창성이 있다.
醴村 정윤식/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언론학
무릇 좋은 시는 평온하고 밋밋한 삶을 산 사람에게서 태어날 수 없다. (…) 이른바 시궁이후공론(詩窮而後工論)이 그것이다. 장차 이화섭의 가슴에서 태어날 시가 공교(工巧)의 절품(絶品)이 가능한 이유다.
無有 노화욱/ 극동대학교 석좌교수, 반도체 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회장
질곡의 삶을 보내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가슴 절절한 사모곡, (…) 종점에서 길을 잃고 헤맸던 젊은 날의 궤적과 이태원 사고, 우크라이나 전쟁, 제주 4.3사건 등(…) 그 시편 모두에는 무명에 이름을 붙여주려는 ‘사랑’이라는 공통 분모가 깔려 있다.
임종명/ 심상 포에지 동인, 네이버블로거 ‘숲속의 종’
백련산 자락에서/ 정지비행으로 산하를 굽어보며/ 그려낸 그림들이 정물화도 풍경화도 아닌/ 이화섭 자신이었음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윤희/ 심상 포에지 동인, 전 MBC 플러스 대표
壽也의 지나온 인생 행적과 그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생각의 심연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바닥과 끝이 안 보이는 너른 바다 같은 신비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만큼 시적 잠재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한영수/심상 포에지 동인. 前 경기과기대, 전주 비전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