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혁명, 김재훈의 PNO
“강철 같은 노동, 미학적 심미안이 돋보인 이 작품은 학술적인 공연인 줄 알고 보러온 관객들 사이에서 ‘상상도 못 했던 과감하고 대담한 역사 이야기’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 2023. 뉴시스
‘김재훈은 그 자신은 물론 공연에 함께한 멤버들, 그리고 관객 모두에게 공연 전체를 바쳐서 ’피아노란 과연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2023, 서울경제
‘두드리고 튕기고, 지금까지 이런 피아노는 없었다.’- 2023, 서울신문
2023년 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지원’에 선정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연된 공연 〈PNO〉를 전하는 언론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치거나 듣는 것에만 익숙했던 피아노를, 분해하고 해체해 하나의 건반악기로부터 세 대의 현악기, 타악기, 건반악기로 재탄생시켰으며, 미래의 피아노까지 제시해 피아노를 악기를 넘어 ‘공간’이란 개념으로 재해석함과 동시에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피아노에 얽힌 추억과 그 안에 자리한 사랑까지 불러일으키는 이 오묘한 공연에 말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공연 〈PNO〉를 연출하고 음악을 맡아 감독한 이는 작곡가이자, 공연예술가인 김재훈이다. 그가 30여 년간 함께해온 피아노에 관해 더할 나위 없는 애정으로 이제 막 첫 책을 펴냈다.
‘피아노란 무엇인가’에 대해 던지는 다양한 질문과 새로운 시선이 담긴 〈〈피아노에 관한 생각〉〉은 자신에게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직업 도구이자 자신을 표현하고 기록할 수 있는 언어이며, 다른 예술가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가 되어버린 "피아노‘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헌정이기도 하다. 또한 피아노가 갖는 사회적 개인적 역사를 날줄과 씨줄로 엮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동반자로 함께 해 왔는지를 함께 돌아보게 한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피아노를 따라 함께하는 여행
이 책에서는 1900년 조선의 사문진 나루터에 처음으로 도착한 피아노가 ‘귀신통’이라고 불린 사건으로 시작해, 피아노를 처음 만난 5살 때 피아노 학원에서의 어느 날부터 공연 〈PNO〉를 통해 새로운 악기를 선보이고 나서까지, 여러 피아노에 관한 이야기가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부에서는 처음 피아노를 시작한 기억, 우리 삶 속에 피아노가 어떤 추억을 선물했는지 등 피아노가 지나온 과거의 시간을 불러와, 누구에게나 있었을 향수와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2부에서는 현재 계속해서 버려지는 피아노의 현주소와 그 안타까움으로부터 시작한 ‘신악기 PNO’ 제작이라는, 악기 혁명의 과정을 기록한다. 더불어, 저자는 기억하고 소환한다. 피아노 악기 뒤에 감춰져 있던 조율사와 운반사를. 그들 없이는 어떠한 피아노 공연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확신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인간을 대체해도 다름을 전제로 하는 인간의 연주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개인의 삶이 각기 존재하듯 각기 다른 연주를 펼치는 피아노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책 마지막에는 〈PNO〉 초연 후 서울연극센터 연극 전문지 웹진 〈연극 in〉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함께 실어, 저자의 자연스럽고 생생한 목소리와 소소하고 다정한 피아노의 이야기를 더했다. 이 책은, 지금껏 보아온 여타 피아노를 소재로 한 책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피아노에 관한 피아노를 위한 피아노에 의한 책"이다. 책을 덮고 나면 긴 시간을 견뎌온 피아노를 따라 함께 여행을 마친 것처럼, 피아노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