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당사자도, 장애인 가족들도, 학교와 직장 동료들도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면서도 다 알 수 없어 답답했던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은 어떤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우리 함께 뇌 과학의 눈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들여다본다.
저마다 다르게 세계를 보는 우리, 더불어 살 수 있을까?
우리는 세계를 바라볼 때, 각자 나름의 방식을 가진다. 그 방식은 대개 자신에게 익숙한 것이어서, 주로 자신이 경험하고 아는 범위 안에서 세계를 바라본다. 그러나 내가 잘 모르는, 경험해 보지 않은, 익숙하지 않은 세계를 만나면 이내 불편하고 당황스러워진다. 마주한 사람이 나와 결이 다를 때, 그가 뜻밖의 행동을 하면 나는 몹시 당황스러워하며 머릿속으로 ‘저 사람 왜 그러지?’하고 그 ‘이유’를 되묻게 된다. 내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으로는 당최 상대방을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불편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벗어나고는 한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다. 저마다 다르게 태어나고, 각자 살아온 삶의 궤적이 다르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마주하기가 불편하다고 해서 그렇다고 세상을 혼자 살 수는 없다. 나와 다른 사람과도 때로는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 세상이다. 더불어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나를 곰곰이 돌이켜 보자. 또 ‘상대방이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상대방을 천천히 관찰해보자.
나와 타인을 알아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생각과 행동의 ‘이유’를 알고자 한번 애를 써 보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더 나아가 서로가 소통하는 데 한결 도움이 된다. 저자는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발달장애인, 특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삶을 조명한다. 이 책도 큰 틀에서 보면 ‘나’와 ‘타인’이 어떻게 하면 장애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나는 발달장애인인가? 발달장애인이 아닌가? 발달장애인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저자는 장애와 장애 사이에도, 장애와 비장애 사이에도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한다. ‘스펙트럼’이라는 말에 담긴 뜻을 새기며, 장애라는 개념에 쉽게 그어 왔던 ‘경계선’을 조심스레 거둔다. 이 책은 발달장애인, 특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예로 들며, 우리가 쉽게 단정 지어 왔던 장애라는 개념을 어떻게 다시 정의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 경향을 띨 수 있으며, 누구는 그 경향이 약하고 누구는 강한 가운데, 경향이 강한 쪽은 다양한 이유를 근거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기도 한다. 장애 특성은 그 정도가 확실하게 나뉘어 있는 게 아니라 무지개처럼 짙고 연한 그러데이션처럼 퍼져 있고, 사람은 누구나 그 그러데이션 위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책이 다루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 특정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데이션 위에 나란히 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감각 문제’를 통해 들여다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삶
저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 일상생활 가운데 쉽게 마주할 만한 다양한 사례를 들며, 특히 ‘감각 문제’에 주목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대부분은 감각이 민감해서 여러 가지 불편을 겪는다.
햇살에 눈이 부셔 눈을 뜰 수 없거나(시각), 음식에 싫어하는 재료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미각), 핸드크림 촉감이 기분 나빠 손에 바르지 못하기도 한다(촉각).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들이 특정 감각이 너무 민감하게 느껴져 감각을 회피해 버리는 상황이 얼마나 많은지,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인식할 수 있다.
이 책은 ‘감각 과민’ 뿐만 아니라 어디서도 잘 다루어지지 않는 문제인 ‘감각 저하’에 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삶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감각 문제’를 알게 되면, 더 이상 그들의 행동을 단지 유난스럽게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 겪는 감각 문제의 불편함을 해소해 줄 실질적인 방법을 이 책과 읽으며 함께 고민해 보자.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 가진 ‘장점’에 주목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은 종종 남들과 달리 보고 달리 듣고 달리 말하는 듯하다. 가끔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기도 하고,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기도 한다. 또 그들이 어떤 일에 깊이 빠져들 때면, 그 모습이 고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 그리고 그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행동을 꼭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만이 가진 ‘장점’을 끌어내며 그들이 보이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 세상을 남들과 다르게 바라보는 이유를, ‘나무를 보고 숲은 보지 않는다’는 관점을 넘어 ‘나무를 보고 있으므로 숲은 보지 않는다’라는 관점에 빗대어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는데, 꽤 신선하게 들린다. 왜 숲을 보지 않느냐고 비난하기보다는, 주변에 현혹되지 않은 채 세상 누구보다 우직하게 나무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그들의 주특기를 주목하는 저자의 태도를 이 책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의 단점에만 치중하며 살아가는 건 얼마나 불행하고 외로운 일인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장점을 살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더불어 사는 삶. 우리가 조금씩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