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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메시아

사물의 메시아

  • 윤대주
  • |
  • 문학수첩
  • |
  • 2024-10-11 출간
  • |
  • 336페이지
  • |
  • 130 X 190mm
  • |
  • ISBN 9791193790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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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가장 낮은 존재들이 바라보는 아득히 높은 곳
그 시선의 높이만큼 뻗어 나가는 갸륵한 마음들

화재에서 살아남은 목재가 낯선 곳에서 눈을 뜬다. 목재는 자신이 무엇이었는지 잊은 상태였고, 목재상은 그것을 두고 “집 지키는 수호신”이라고 언급한다. 그리고 목재는 그 말에 설득당한 남자에게 사들여져 낯선 집의 기둥으로 만들어진다. 이전의 기억을 잃은 목재, 그러니까 기둥은 새로 자리 잡은 곳에서 자신의 과거를 아는 사물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자신이 있었던 장소가 불타게 된 경위를 듣게 된다.

‘의지를 지닌 사물’이라는 소재는 흔히 인간의 대척점에 서서, 그들을 거부하고 자꾸만 바깥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이를테면 출근을 거부하는 넥타이, 주인을 골탕 먹이는 토스트기 등을 말이다. 그러나 윤대주가 소설 속에 부조해 낸 사물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끊임없이 지워 내고, 언제까지나 수동적인 태도를 견지하려는 존재이다. 비록 자신들이 인간보다 앞서 문명을 일으켰지만, 인간에 의해 무너지게 되었음에도 말이다. 그것들은 오랜 시간 함구하고, 짓눌려 있으면서도 사람을 위해 사람의 옆에 있어 왔다.

목재가 머물던 장소가 사라지던 날, 사물들은 한 인간을 위해 자신들이 오랜 세월 지켜 온 원칙을 깨고 의지를 지닌 채 행동했다. 그리고 그 집에 있던 겹겹이 쌓인 비밀들과 한데 묶인 채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범상한 장면에서부터 시작돼 소소한 가족사를 경유하던 소설은 인간과 사물의 시선이 여러 번 교차되며 스치는 가운데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뻗어 나가게 된다. 그리고 윤대주는 그 움직임을 차분하게 응시하면서 모래의 반짝임과 별의 눈부심이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찬찬히 증명해 낸다. 그가 열어 보일 문학세계의 첫 장을 기꺼운 마음으로 살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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