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라는 도시의 근원을 돌아보다
도시화의 물결이 남실남실 다가오는 유성구의 고샅고샅을 발품 팔아 훑어 낸 애틋한 이야기들이 다뿍하다.
따뜻한 눈길로 포착한 유성 곳곳의 정겨운 풍경들과 정직한 노동의 이력이 깊게 팬 주름진 얼굴들, 이 사진들은 대전이라는 도시의 근원을 돌아보게 한다.
『대전여지도3』은 꾸밈없이 드러낸 도시의 속살과도 같다. 조곤조곤 풀어낸 한밭골사람들의 내밀한 사연이기도하다. 마을과 마을의 내력들은 흥미진진한 역사이기도 하고, 우리들이 언제든 되돌아가도 좋을 아름다운 시절의 꿈과 같다.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는 이용원의 발걸음은 서두름이 없다. 물 좋고 쌀 좋고 인심까지 좋은 삼미천, 금강의 푸른 바람 넘나드는 마을, 계룡산 줄기에 기댄 양지 바른 동네, 주변은 사라져 홀로 조용히 숨 쉬는 마을….
그는 아주 오래된 돌담이 허물어져 내리는 골목길을 가만가만 걷고, 흙벽이 소리없이 부스러지는 이집 저집을 기웃거린다. 문풍지 나달거리는 어느집 마루에서든 두런두런 정담이 새어 나오는 마을회관 앞뜰에서는 눈을 마주친 어르신의 말씀에 하염없이 귀를 기울인다.
그리하여 『대전여지도3』은 유성사는 팔순 노인의 아련한 추억담이기도 하고, 이제는 뿔뿔이 흩어진 애잔한 가족사이기도 하고, 애면글면 위태로운 어느 마을의 역사이기도 하다. 오늘을 사는 누구나 공감하는 꼼꼼한 인문지리서이자 후대에게는 매우 유익한 지역사로 대물림될 터이다.
이제 이용원의 "대전여지도" 연작은 대전 사람들의 자존감을 드높이는 자랑거리이자 대전의 진면목을 알리는 귀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 전국 곳곳에서 지역을 기록하고 지역의 책과 잡지를 펴내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길라잡이다.
『대전여지도3』은 유성과 대전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산과 강, 논과 밭, 나무와 숲, 마을과 사람살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경들이 거주지와 상관없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